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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진핑 맞이하려 ‘대만 패싱’?… “라이칭더와 통화 안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는 9월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 측에서는 대만과의 통화를 주선하려는 움직임이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측은 대만과의 성급한 고위급 접촉이 9월 워싱턴에서 예정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무산시키고, 지난 5월 양국 정상 간에 어렵게 도출해 낸 긴장 완화 기류를 뒤흔들 수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보여주는 ‘자제력’은 전화 통화 보류에 그치지 않는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SCMP에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적으로 대만에 대한 신규 무기 판매 발표 역시 전면 보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베이징 당국에 외교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정상회담 전까지는 철저히 로우키를 유지한 뒤, 시 주석의 방미 일정이 마무리된 이후에나 무기 패키지 승인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2016년 ‘차이잉원 트라우마’ 학습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이 라이 총통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었음에도 실제 행동을 자제하는 것은 과거 사례와 연관있어 보인다. 2016년 말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차이잉원 당시 대만 총통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다가 중국 당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 대통령 혹은 당선인이 대만 총통과 직접 접촉한 최초의 전례였던 이 사건에 대해 중국은 공식 외교 경로로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은 출범 초기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냉담한 태도를 유지하며 외교적 보이콧을 이어갔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18일 오전 타이베이에서 외신기자들과 차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 홈페이지 캡처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18일 오전 타이베이에서 외신기자들과 차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 홈페이지 캡처

시 주석의 가을 방미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 같은 과거의 실책을 반복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시 주석을 9월24일 미국으로 초청한 상태이며, 주미 중국 대사관 역시 구체적인 날짜는 조율 중이지만 가을 방문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확인했다.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을 ‘G2’로 지칭하며 미·중 정상회담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무기 판매 보류, 중국의 레버리지 통했나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보며 필요시 무력 통일도 불사하겠다는 중국 당국에 대만 문제는 타협 불가능한 ‘레드라인’이다. 사안에 정통한 한 인사는 매체에 “중국이 미국과의 향후 외교적 관여 가능성을 흘리는 것만으로도 미국의 대 대만 무기 판매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5월 방중 직전 미 행정부는 의회가 이미 승인했던 140억달러(약 21조5000억원) 규모의 대만향 무기 패키지를 일시 중지했다. 6개월 전 미국이 별도의 110억달러(16조9000억원) 규모 무기 판매를 발표했을 때 중국이 격렬히 반발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보류 조치는 중국을 상대로 한 유화책으로 풀이된다.

2022년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타스연합
2022년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타스연합

◆“무기 판매 지연은 협상카드 아냐” 반론도

 

루퍼드 해먼드 챔버스 미·대만 비즈니스 협의회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무기 판매를 중국과의 경제적 협상 카드로 오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먼드 챔버스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기 판매를 일시 동결하는 단독적인 양보를 제공하면, 중국이 보잉 항공기나 대두 구매 확대 같은 미국 측에 유리한 경제적 보답을 할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과거 조지 부시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기 중 대만 무기 판매를 잠시 중단했다가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던 외교적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미국 외교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단기적 지연이 미·대만 동맹의 근간을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외교부 장관 역시 무기 지연을 “기술적 문제”로 일축하며 대만은 언제든 트럼프와 통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독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디렉터는 시 주석의 방미가 끝난 직후 무기 판매가 대거 승인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