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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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보니]낭만·도전 어우러진 상아탑

입력 : 2004-03-29 16:10:00
수정 : 2004-03-29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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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년 전 한국에 유학을 왔다. 이국에 와서 모든 것이 새롭기만 했지만, 나에게는 한국에 적응해 가는 데 몇가지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째, 나는 한국인과 외모상으로 구별이 안 간다. 중국인이나 일본인을 겉으로 봐서 구분할 수 있지만, 한국인과 몽골인은 정말 구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말만 하지 않고 있으면 한국인으로 인식되었고 말을 해도 해외동포거나 ‘좀 이상한 사람’ 정도로 간주되었다.
둘째, 내 주위에 있는 학생이나 교수, 교직원들 모두 적극적이어서 나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한국 사람은 대체로 외국인에게 호의적이지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더 적극적이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셋째, 우리 학교나 내가 주로 생활하는 곳에는 외국인이 많지 않았다. 약간 부담스러운 면은 있지만,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어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한국의 대학생활을 보니 1학년은 힘들게 입학했으므로 좀 노는 듯한 분위기였다. 수험 경쟁과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지만 어떻게 졸업했느냐보다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가 중요한 사회 구조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많은 남학생이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가는 것도 1학년을 재미있게 보내야겠다는 각오를 한층 더 강화하는 것 같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해서 개강 파티, MT, 종강 파티로 이어진다.
그런데 남학생은 남학생끼리, 여학생은 여학생끼리 많이 노는 것을 보고 놀랐다. 특히 1학년 때는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이 2, 3명씩 단체로 몰려 다니는데 예외적으로 남녀 학생이 같이 다니면 CC(캠퍼스 커플)라 부른다. 일단 CC가 되면 둘만 다닌다.
2학년은 군대를 제대한 복학생들이 많아 분위기가 달라진다. 교수들도 전공과목 위주로 강도 높게 가르친다. 복학생들은 같은 학년의 여학생들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오빠, 오빠 하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내 생각에는 한국 남자의 인생 전환점은 군대를 갈 때이고, 여자는 시집갈 때인 것 같다. 그 시기 이후에 사람의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무렵에 영어공부를 많이 시작한다.
3학년에는 졸업 후 진로나 전망에 대해 은근히 긴장하는 학생들이 많다. 여학생들은 영어실력을 키우기 위해 외국으로 어학 연수를 많이 떠난다. 남학생들은 연수는 가지 않고 취직을 원하면 토익, 유학을 희망하면 토플을 준비한다
4학년은 인사가 ‘취업을 했느냐’로 바뀌는 때이다. 꾸준히 준비해온 학생들은 취업에 성공한다. 한국 남자는 대략 스물여섯부터 스물여덟 사이에 대학을 졸업하고 서른쯤 되면 결혼하기 때문에 취업이 중요하다. 여자도 궁극적으로 취직이나 시집 중에 선택해야 할 상황이 올지 모르므로 취업도 몹시 중요시하는 것 같다.
나는 한국 대학생활에서 단편적일지 몰라도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한국사람들의 집중력과 근면성을 느낄 수 있었다./푸렙도리지 바트자르갈(항공대 학생.몽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