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이 새가 먹이사냥에 힘이 부친 어미를 먹여 살리는 새라 하여 자오(慈烏) 또는 반포조(反哺鳥)라 불렀는데, 이런 연유로 반포(反哺·안갚음)란 어버이의 은혜에 대한 자식의 지극한 효도를 뜻하는 말이 됐다.
또 태양을 숭배한 우리 선조들은 하늘을 상징하는 서조(瑞鳥)로 여겨 태양 안에 살고 있는 세 발 달린 상상의 새가 까마귀(三足烏)라 믿었다.
그런가 하면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신의 사자라 믿어 그 울음소리를 불길한 죽음의 징조라 여기기도 했다. 밤중에 울면 반란이나 살인이, 초저녁에는 화재가, 떼지어 울면 싸움이 일어난다거나 동쪽을 향해 울면 가난한 집에 손님이 오고 서쪽을 향하면 나쁜 소식이 들린다거나, 전염병이 돌 때 울면 병이 더욱 퍼지고 길 떠날 때 울면 고단한 길이 된다는 갖가지 속설이 생겨 나기도 하였다.
‘오합(烏合)’이라는 말이 있다. 까마귀 집단이 리더 없는 단순 집합체임을 일컫는 말이다. 거기에 ‘지졸(之卒 )’이란 말을 덧붙이면 규칙도 통일성도 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된다. 하지만 동물생태학의 권위자인 오스트리아의 로렌츠 박사는 “까마귀는 리더가 없어도 나름의 질서와 법칙을 가진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한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흔히 “까마귀 고기를 삶아 먹었나” 하고 핀잔을 주지만, 앞으론 이 말도 해서는 안될 것 같다. 최근 캐나다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까마귀는 먹이를 먹기 위해 나무 막대기나 고리 같은 도구를 이용하거나 심지어 필요한 도구를 제작하기도 하는 등 지능지수(IQ)가 가장 높은 새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울산의 태화강변엔 적막함이 가득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대나무 숲에 잠자리를 정한 수만마리의 떼까마귀들이 새벽의 정적을 깨며 동시에 검푸른 하늘로 날아오른다. 가장 부지런한 새로 이름난 까마귀들의 독특한 생태가 확인되는 순간이다. 날아오른 까마귀들이 도심을 뒤덮으며 군무를 펼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이곳이 저들을 민족의 상징으로 삼던 고구려 벽화에 나오는 전설의 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경남 일대의 산과 들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까마귀들이 이곳 울산 태화강변에 잠자리를 잡은 것은 빼곡히 자라난 대나무 숲이 겨울밤의 삭풍을 막아주는 천혜의 안식처를 제공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간의 개발로 저들이 깃들일 만한 장소가 사라진 탓이라고 생태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이제 우리 땅 어디에도 쉴 만한 피안의 땅이 남겨져 있지 않아 이들은 도심으로 날아든다. 태양의 정기를 상징하던 하늘의 서조 까마귀가 옛 모습을 잃고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채 전깃줄에 앉아 아침을 맞는 현실이 가슴 아프기만 하다.
사진부 기자
* 그동안 ‘이종렬의 새이야기’를 아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