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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보니]졸업식은 끝이 아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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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여름은 각 학교 졸업 시즌이다. 큰애가 다니는 랭글리 고등학교도 최근 졸업식을 했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졸업식이 끝난 뒤 모자를 하늘로 던지며 상급학교 진학 또는 사회 진출을 기념했다.
필자가 사는 북버지니아 패어팩스 지역 고등학교 졸업식 장소는 학교 강당이 아니다. 학교별로 시간과 날짜를 바꿔서 미 의회 홀이나 패트리어트 센터에서 졸업식을 거행한다. 졸업식이 끝나면 학교나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졸업생과 친구, 학부모가 함께 모여 파티를 하는데, 흥겨운 축제 마당이다.
졸업 시즌이다 보니 워싱턴 곳곳의 호텔에서는 플럼파티(졸업 무도회)를 위해 턱시도를 한 남학생과 멋진 드레스를 입은 여학생을 자주 볼 수 있다. 의전차량으로 사용하는 리무진 승용차는 요즘 젊은이들 독차지다. 한때 외국영화에 나오는 이런 근사한 장면을 동경했던 필자는 이런 요즘 세대가 부럽다.
고등학생 졸업시즌이 되면서 졸업식을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궁금해졌다. 당연히 ‘그래듀에이션 세러머니’(granduation ceremony)다. 졸업식의 영어 표현이 궁금하게 된 것은 큰아이 초등학교 졸업식 때 현수막에 쓰인 문구 때문이다. 당시에는 그래듀에이션 세러머니 대신 ‘프로모션 세러머니’(promotion ceremony)란 말이 써 있었다.
“어? 졸업식이란 표현에 프로모션이란 말을 쓰네. 뜻밖이군.” 이런 생각을 했다. 프로모션은 승진, 진급, 승격 등의 뜻으로 ‘앞으로 좋게 나아간다’는 의미다.
생각해 보니 일리 있는 표현이다. “초등학교를 마친다는 것은 학업을 마치는 게 아니고, 더 큰 학업을 위해 상급 교육기관으로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라고 이해가 됐다. ‘그럼, 왜 우리나라는 초등학교를 마치면서 졸업이란 말을 썼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시대상황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필자가 경기도 어느 시골 초등학교에 다니던 1970년대 초만 해도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못하는 친구가 있었다. 동생을 돌보거나 뒷바라지하려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친구도 있었다. 더구나 중학교부터는 의무교육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정형편이 어려우면 진학을 못하던 때였다. 이 때문에 졸업식 날 정든 친구들이나 선생님과 이별이 섭섭해서 눈물 흘린 친구도 많았지만, 더 이상 학업을 계속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울던 친구도 여럿 기억난다.
21세기엔 우리나라 대부분 국민은 고등학교까지 진학한다. 이젠 동생을 보살펴야 할 만큼 국가나 국민 전체가 가난하지 않다. 자식교육을 ‘제1의 1목표’로 삼는 우리 부모들은 어느 누구도 초등학교만 마친 자식을 생활전선에 뛰어들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파출부를 해서라도 자식은 공부를 시키겠다’는 게 우리 부모들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초등학교 졸업식을 인생에서 학업을 끝마치는 졸업식이 아니고 더 나은 미래와 꿈을 향하여 학업에 정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진학식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