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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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자리 잡자" 5천명 한꺼번에 우르르…11명 압사

상주 MBC 가요콘서트 참사
앞줄 노약자 순식간에 깔리고 밟혀
“이 무슨 날벼락이란 말입니까.”
경북 상주시 상주자전거축제(10월1∼3일) 마지막날 시민 11명이 압사하는 참사가 발생, 축제장이 일순간 초상집으로 바뀌었다.
희생자 가운데 황인규(12·초등5)군과 황인목(14·중1)군은 사촌형제간인 데다 인규군은 장손인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인목군의 어머니(43)와 할머니(69)는 아들과 손자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하다 의식을 잃었고, 인규군의 아버지도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라며 통곡했다.
특히 이번 사고는 가을철 수많은 지자체들이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해 지자체 행사 때 근본적인 안전사고 예방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고 발생=3일 오후 5시40분쯤 경북 상주시 화산동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상주자전거축제 마지막 행사인 문화방송(MBC) 가요콘서트장에서 구귀출(63·여)씨 등 시민 11명이 깔려 숨지고 70여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참사는 공연을 보기 위해 기다리던 시민들이 문이 열리자마자 출입문으로 한꺼번에 몰려들어 연쇄적으로 넘어지면서 일어났다.
사망자들은 상주성모병원과 상주적십자병원에 분산 안치됐고, 부상자들은 두 병원을 포함해 상주시내 병원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순간=압사사고가 발생한 상주 시민운동장은 이날 오후 7시부터 문화방송사에서 주관하는 가요 콘서트(녹화분)가 열릴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주최 측은 이날 오후 5시50분부터 콘서트 리허설을 열기로 했는데 얼마 후 5개의 출입문 가운데 직3문 한개가 열렸다. 이때 이 문쪽에 대기하던 5000여명이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밀치면서 관중 1명이 쓰러졌고 이어 뒤따라오던 노약자들이 잇따라 쓰러져 희생이 커졌다.
사고 현장에서 1.5m 떨어진 곳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던 장모 경사는 “사고 직후 지원요청을 받고 달려갔을 때는 이미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수습 및 대책=이번 축제를 주최한 상주시는 김근수 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설치, 사고 수습에 나섰다.
김 시장은 사고 직후 대시민 사과문을 통해 “사고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데 대해 사죄하고 조의를 표한다”면서 “경북도와 합동으로 사망자들의 장례와 부상자들의 치료 등 사고수습 대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도는 김용대 행정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반을 편성, 상주시에 급파해 사태 수습에 착수했다. MBC도 최문순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수습책 마련에 나섰다.



◆왜 노약자 참사가 많았나=출입구 앞줄에 노인들과 중·고교 학생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을 앞자리에서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목격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이 상주시민운동장 1층의 직3문 출입구가 열린 직후 자리를 향해 달려가다 뒤에서 밀려드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넘어지면서 대형참사로 이어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노점상 이모씨는 “한 줄로 세워야 하는데 줄을 세우지 않아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주최 측에 얘기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주=문종규·전주식, 신정훈 기자
◆국내 공연장 사고 일지
▲1992. 2. 18=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 미국 팝 그룹 ‘뉴키즈 온더 블록’의 공연 중 60명 중경상
▲1995. 10. 28=대구 시민운동장. ‘젊음의 삐삐 012 콘서트’ 공연장에 입장하려다 8명 부상
▲1996. 12. 16=대구 우방타워. MBC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 도중 1명 사망, 5명 중경상
▲1996. 12. 16=대구 MBC 공개홀. H.O.T 공연 도중 2명 부상.
▲1998. 12. 4=전남 순천 연향동 체육관. ‘소년소녀가장돕기 콘서트’ 중 10여명 부상
▲2002. 9. 22=대구시 두류공원. 한가위 효 콘서트 4명 부상
▲2004. 6. 4=충북 청주시 청주대 종합운동장. 개교 기념 음악공연 13명 부상
▲2005. 7. 11=성남시 분당구 한 여고 체육관. 한 음악전문 케이블 방송 녹화 중 10여명 부상


부상자 후송 3일 경북 상주시 시민운동장에서 발생한 관람객 압사 사고 현장에서 시민들과 구조요원들이 부상자들을 구급차에 옮겨싣고 있다. 영남일보 제공


MBC가요프로는…성인용 음악프로
3일 야외 녹화를 준비하다가 리허설 과정에서 대형 참사를 빚은 MBC ‘가요콘서트’(연출 안우김엽)는 1998년 첫선을 보인 성인 취향의 음악 프로그램. 중장년층을 겨냥해 트로트 가수들을 초대해 100% 라이브로 진행되며 음악에 얽힌 토크 순서도 곁들이고 있다.
신동호 아나운서, 탤런트 박영규에 이어 전문MC 이상벽이 진행을 맡아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55분부터 방송되고 있으며 지난달 30일에는 333회가 방송됐다.
7일 방송분인 334회 녹화는 1일부터 시작된 상주자전거축제의 폐막식을 겸해 3일 오후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리허설 도중 일어난 압사 사고로 중단됐다. 이날 녹화에는 트로트가수 현철, 태진아, 최진희, 장윤정, 설운도와 함께 신세대 가수 휘성, 파란, LPG, SS501, 그리고 개그우먼 조혜련 등이 출연할 예정이었으며 태진아는 희생자 위로금으로 1000만원 기부 의사를 밝혔다.
정진수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