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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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주변 ''흥청망청''…유흥업소 성매매 ''버젓''

한집 건너 술집·모텔…''유흥진흥지구''
2000년 10월28일 스몰카지노 영업을 시작으로 문을 연 강원랜드는 인근지역 주민들의 삶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강원랜드 초입에 위치한 사북읍은 5년 전만 해도 이곳이 석탄가루가 날리던 탄광촌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달라졌다.
광부들이 모여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던 거리는 전당포와 술집, 모텔 등의 간판이 즐비하게 들어서면서 폭력과 절도 등이 난무하는 무법천지로 변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매년 급증하는 강원랜드 입장객 수와는 반대로 이곳을 떠나는 지역민들도 크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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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밤 10시쯤 강원도 사북읍 중심지역. 도로변은 모텔과 유흥업소, 전당포 등을 알리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사북읍에는 현재 전당포 40개, 유흥업소 18개, 모텔 18개, 일반음식점 136개, 안마시술소 2개 등이 성업 중이다.
인구 7000명이 채 안 되는 지역임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유흥진흥지구’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웬만한 술집과 안마시술소 등에서는 ‘성매매’가 버젓이 이뤄지는 등 각종 불·탈법 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북파출소 관계자는 “‘트랜스젠더(성전환자) 바’까지 성업 중일 정도로 대도시의 밤문화와 다를 게 없다”며 “이 때문에 절도, 폭력 등 각종 민생범죄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민 김모(56)씨는 “비록 시커먼 석탄가루를 뒤집어썼지만 정을 주고받으며 오순도순 살던 예전이 그립다”면서 “(사북에) 카지노가 들어선 뒤 지역 분위기가 흉흉해졌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지역 분위기와 도박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사북지역 인구도 급감하고 있다. 사북읍사무소에 따르면 1980년대 3만여명에 이르던 주민은 1988년 2만2566명, 1995년 9970명, 2000년 7978명, 2004년 7279명으로 매년 줄고 있다.
불법 전당포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당포 밀집지역 인근 공터에는 승용차를 담보로 급전을 마련한 카지노 고객들이 찾아가지 못한 승용차 수십대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번호판도 서울, 부산, 대구, 울산 등 다양했으며 올해 뽑은 신형 차종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기자가 들른 한 전당포에서도 초췌한 모습의 한 40대 고객이 차를 담보로 주인과 흥정을 하고 있었다. 쏘나타 신형으로 얼마를 빌릴 수 있느냐는 고객의 질문에 주인은 “1000만원까지 줄 수 있다”며 이자는 일주일에 10%라고 덧붙였다. 40여개의 전당포들은 10∼20%의 선이자를 떼고 카지노 고객을 상대로 사실상 불법적인 고리사채업에 나서고 있다. 현행 관련법은 전당 금액의 이율을 월 5.5%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전당포는 금은방 등과 짜고 속칭 ‘골드깡’으로 불리는 카드깡도 서슴치 않고 있다. 이처럼 전당포가 성업하고 있는 것은 1999년 이후 세무서 신고만으로 전당포 영업이 가능하도록 설립절차가 간소화됐기 때문이다.
일부 고리 사채업자들은 카지노 안에까지 들어와 영업을 했다. 카지노에서 만난 한 사채업자는 “신분증과 신원만 확인되면 선이자 50만원을 떼고 450만원까지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부 기획팀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