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학에 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점수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고, 연봉이 많은 직업만을 좇는 세태가 교대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왜 요즘 수험생들 사이에 교대 열풍이 부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인교대 윤리교육과 2학년인 윤영석(28)씨도 그런 면에서 전형적인 교대생 중 한 명이다. 윤씨는 1997년 모 대학 기계공학과에 합격했지만 군을 제대한 뒤 자퇴했다.
윤씨는 군 복무를 마친 뒤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 ‘지금 다니는 학교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과감히 교대를 선택했다.
그는 “많은 연봉이나 명성보다는 내 적성과 성격에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교대를 선택했다”며 “주위에서도 ‘잘 선택했다. 열심히 해보라’고 격려해줘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교대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열풍이 부는 것일까.
◆왜 뜨고 있나=교대 열풍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회 전반에 안정적인 직업을 추구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인기가 해마다 높아졌다. 특히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 등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2∼3년 사이 인기가 급상승해 최근에는 연세대와 고려대 등 주요 사립대의 인기를 능가할 정도다.
서울교대 신항균 교무처장은 “최근 들어 성적이 우수한 고교 졸업생들이 교대에 지원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2∼3년 간 커트라인(합격선)도 대폭 올랐다”며 “대학이나 직장에 다니다 교대에 온 만학도들도 교대의 인기 상승에 한몫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대 열풍의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삶의 질을 추구하는 젊은이가 늘면서 확실한 출퇴근 시간과 긴 방학, 유급휴가 등을 보장하는 교대로 수험생들이 몰리고 있다. 자기 계발이나 문화 활동에 투자할 시간이 충분하고 상부의 간섭이 덜 하며, 교육자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이다.
서울시교육청 임세훈 초등담당 장학사는 교대 열풍에 대해 “흔히 ‘칼퇴근’과 방학을 원인으로 꼽지만 이는 한 단면만 본 것”이라며 “직업의 안정성과 보람, 사회적 대우, 자기 계발 기회 등의 요소가 어우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중등교사가 될 수 있는 사범대보다 교대가 더 인기 있는 것은 낮은 임용시험 경쟁률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등교사 임용시험 전국 평균 경쟁률은 1.34대 1이었지만 중등교사 임용시험은 18.64대 1에 달했다. 즉 최근 교대 열풍은 높은 직장 안정성과 삶의 질 보장, 낮은 경쟁률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진 결과다.
◆교대 입학, 쉽지 않네=교대 입학은 인기에 정비례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3년 전부터 각 입시학원에는 교대 입학을 전문으로 준비하는 ‘교대반’이 생겨나는 새로운 모습이 나타났다. 입시학원에서 기존 ‘서울대반’ ‘연·고대반’에 최근 ‘의약과계열반’이 생겨난 점을 감안하면 교대의 인기가 이와 대등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고려학력평가연구소 유병화 평가이사는 “교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논술과 면접, 인·적성검사의 비중이 높아 교대를 지원하는 수험생들이 일반적인 입시 준비보다 ‘교대반’을 선호한다”며 “수강생 중 10% 이상이 교대반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교대의 경쟁률과 대학수학능력시험 합격선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입시경쟁률은 청주교대 5.55대 1, 춘천교대 4.05대 1, 제주교대 2.86대 1 등 지방 교대를 중심으로 높았고, 평균 수능시험 성적도 전국 상위 4∼5%였다.
반면 수도권 지역은 서울교대 1.55대 1, 경인교대 1.70대 1(경기), 1.59대 1(인천) 등으로 경쟁률은 낮았지만 평균 수능성적은 전국 상위 3%로 높았다. 이 정도면 연·고대 상위권 학과와 비슷한 수준인데, 올해는 수능 합격선이 더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편입 경쟁은 더 치열하다. 지난해 전국 교대의 편입 경쟁률은 평균 20대 1이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초등교육과를 개설한 이화여대는 올해 5명을 모집하는 학사편입에 492명이 지원해 10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보였다.
현재 교대 편입 지원 자격은 중등교사나 유치원 교사, 특수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중등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이 워낙 높아 편입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1990년 이전 국립 사대 졸업생 중 교원 미임용자 2250명의 교대 편입이 올해부터 허용되고, 수험생들 사이에 2007년쯤 교대 편입제도가 없어진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번지면서 편입 경쟁률은 매년 치솟고 있다.
조풍연 기자 jay2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