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영어, 말은 트였지만 문자교육은 미흡"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한국교사 "영어수업 사실 벅차…전담교사 늘려야 교육 가능"
영어교육 전문가와 교사 등은 올해로 10년째 접어든 초등학교 영어교육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나 편중된 교육과정, 수업시수 부족, 전담교사 확보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한다. 세계일보는 그동안 5회에 걸친 기획기사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과 함께 대안도 제시했다. 기획기사를 총정리하는 의미에서 경인교대 영어교육과 김혜련 교수, 서울 신서초등학교 채혜영 교사, 서울 오현초등학교 원어민 교사 데이비드 스미튼씨를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글 싣는 순서
(1)초등영어교육 효과 있었나
(2)교육과정·수업시수 문제없나
(3)교사의 질 제고는 여전한 과제
(4)공·사 교육 현장을 가다
(5)외국에선 어떻게 하나
(6)전문가·원어민 교사가 본 영어 교육




―지난 10년 동안의 초등학교 영어 교육은 성공적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전문가로서 지난 10년을 평가한다면.
▲김혜련=초등학교에서 음성언어 위주의 교육은 확실히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문법을 포함한 문자언어 실력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채혜영=영어 교육에 따른 부작용도 있고 학생들의 실력 편차가 큰 문제점도 있지만, 노래 등을 통해 학생들이 영어를 친숙하게 느끼게 된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음성언어 위주로 돼 있는 교육과정은 바람직한가.
▲김 교수=학생들은 이미 문자를 아는데도 교육과정에서 가르치지 않는 것은 문제다. 문자로 가르치면 영어를 공부로만 접근할 수 있어 문제이지만, 중등 영어와의 연계성을 고려한다면 문자교육이 필요하다.
▲채 교사=6학년 교육과정에는 간단한 낱말과 주제어를 가르치라고 돼 있지만 그 이상을 지도한다. 학생들도 곧잘 따라온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교사가 학생 수준에 따라 융통성 있게 심화·보충교육을 하면 문자교육도 가능하다고 본다.
▲데이비드 스미튼=김 교수 의견에 동의한다. 교육이 지나치게 음성언어 위주로 돼 있어 5학년 때 처음 쓰기를 시키면 아이들은 낯설어 한다. (문자교육이 중심인) 중학교에 가면 낯섦이 더욱 커진다. 음성교육 자체는 효과적이지만, 음성언어만으로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3·4학년 주 1시간, 5·6 학년 주 2시간인 영어 수업시수는 적절한지.
▲김 교수=교육 효과를 얻으려면 최소한 1주일에 2시간은 교육해야 한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거의 날마다 영어를 가르친다. 고교까지 따지면 이곳 학생들은 우리보다 몇 배의 시간을 영어 공부에 힘쓰고 있다.
▲채 교사=3, 4학년은 1주일 1시간으로 한 달 동안 한 단원을 수업받는다. 학교 행사가 겹치기라도 하면 2, 3주에 한 번 수업할 때도 있다. 5, 6학년에게 듣기내용을 받아쓰는 등 충실하게 수업하다 보면 시간이 부족하다. 다른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몰입식 교육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미튼=1주일 2시간 중 1시간은 한국인 교사가, 1시간은 내가 가르치는데 수업시간이 부족하다. 영어뿐 아니라 다른 어떤 과목이라도 1주일에 1시간으로는 충분히 가르칠 수 없다. 한국에서는 영어가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하지만 초등학교 영어교육에 재정적, 시간적 지원은 거의 하지 않는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들의 영어 수준은 어느 정도고, 질 좋은 교사를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채 교사=2008년부터 1학년까지 영어교육이 확대되면 교사 중 90% 이상이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 전담교사제를 내실 있게 운영하는 한편 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스미튼=불행하게도 초등학교 교사의 평균적인 영어 수준은 낮은 편이다. 이런 교사들이 영어를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나쁜 습관을 들일 수 있어 문제다. 제대로 훈련받은 전담교사가 더욱 많이 배출돼야 한다. 이런 교사에게는 서양에서처럼 좋은 대우를 보장해줘야 한다.
▲김 교수=전담교사에게 담임과 같이 수당을 주는 등 대우를 높여주는 게 필요하다. 임용시험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 교사 개인의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 일도 필요하다.
―초등 교사가 받는 연수 프로그램을 평가한다면.
▲김 교수=최근 연수 프로그램이 많이 개선돼 현장 수업을 위한 연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연수와 실제수업 기회가 바로 연계되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깝다. 연수받고 한참 뒤에야 영어를 가르치게 되기 때문에 연수받은 내용을 다 잊어버릴 수 있다.
▲채 교사=발령받은 뒤 처음 받은 연수는 이론 중심이었지만 최근 3, 4년에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교사들이 연수에 절실하게 매달리지 않는다든지, 열심히 배워도 연수와 상관없는 전담을 맡긴다든가 하는 문제가 있어 개선해야 할 여지가 있다.
―영어 공교육 확대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김 교수=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어교육 확대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 일반인 집단이 모두 대부분 찬성하고, 반대하는 유일한 집단이 교사들이다. 교사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반대하는 것이지 영어를 교육해야 한다는 아이디어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채 교사=사실 1, 2학년은 ‘바른 생활’과 ‘슬기로운 생활’ 등 다른 교과도 골고루 배워야하고, 과도하게 수업을 받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고학년의 영어 수업시수를 늘리는 것이 낫다. 실력 있는 원어민 교사를 확보해 학생들에게 수준높은 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미튼=수업시수를 문제삼기보다 20분이라도 날마다 영어를 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오현초교에서 매일 아침 15분씩 비디오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 결과 교육 효과가 분명히 나타났다.
―내실 있는 초등 영어교육을 위해 교육 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교수=교육의 장래를 위해 원어민 교사와 한국인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가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질 좋은 학습 자료를 확보하는 데 애써야 한다.
▲채 교사=초등 교사는 물론 담임 역량도 중요하지만 특성화, 전문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영어 수업은 웃고 들어가서 울고 나온다고 할 정도로 일반 교사에게 벅찬 것이 사실이다. 교사들 사이에서 영어 전문화가 이뤄지고, 영어 전담교사제가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다면 심도 있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
▲스미튼= 한국은 교육정책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교사에 대한 관심도 많고 교육 개선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다만 학교에서 영어 교육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더욱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현재 영어 교육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10년의 교육기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이와 함께 한국의 부모들도 바뀌어야 한다. 사교육에 너무 많은 돈을 쓴다. 학부모가 학교를 믿어야 하고, 또 그래야 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
사회 지원선, 정리 신미연, 사진 남제현 기자
minerva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