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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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월드컵광고 ''묻어가기 이색 전략'' 유형별 정리

대한민국은 요즘 축구 또 축구다. 온 국민의 관심사가 이렇게 하나로 모이는 건 쉽지 않은 기회. 기업들은 이른바 ‘묻어가기’ 전략에 두팔을 걷어부쳤다. 전문가들은 월드컵 관련 마케팅 비용이 1조원에 달한다는 분석까지 내놓은 상황. 흔히 마케팅의 꽃이라 불리는 TV 광고는 연일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매일같이 쏟아져나오는 광고의 붉은 물결에 일각에서는 ‘지겹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지만, 새벽시간에도 수만명이 거리 응원에 동참하고 지상파 3사 중계 시청률의 합계가 80% 가까이 집계되는 것을 보면 ‘월드컵 묻어가기’는 그리 무모한 도전은 아닌 듯 하다. 월드컵에 대처하는 광고들의 네가지 전략을 모아봤다.
〈편집자주〉

카멜레온 전략
수시로 문구변화… 시선 붙잡은 뒤 제품 소개

월드컵 기간에는 국민들의 마음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마련. 시시때때 급변하는 시청자의 심리를 따라잡기 위해 광고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시청자의 마음 상태와 가장 밀착된 문장으로 카피를 바꿔주며 시선을 붙들어 맨뒤 자사 제품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을 내세운 파브 보르도 TV는 ‘기다려라! 프랑스’ ‘스위스를 넘어라’ 등의 문구로 다음 경기 기다리는 축구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엑스캔버스는 ‘노르웨이의 축구스타일은 스위스와 비슷하다’며 자사 제품과 함께 스위스전을 대비하자고 설득한다.
삼성전자는 특히 발빠르다. 13일 토고와의 경기 전반전이 끝나고 방송된 삼성전자의 광고는 ‘이제는 후반전이다. 최선을 다하자’고 말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패러디 전략
엉뚱한 한방 터뜨려 폭소 유도 관심끌어


축구 경기를 연상시키다 엉뚱한 한방을 터뜨려 시청자를 폭소케하는 패러디도 눈에 띈다. 일찌감치 ‘재미’를 본 건 중견탈렌트 임채무가 출연한 돼지바 광고다. 경기 중 몸싸움이 일어난 곳으로 뛰어간 심판이 꺼내 든건 다름 아닌 돼지바. 2002년 이탈리아와의 경기 중 토티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에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던 모레노 심판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그려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월드컵’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광고 중 하나가 된 이 광고는 임채무를 포탈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려놓는 등 최고의 히트 광고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히딩크 감독이 직접 나섰다. 파파존스 피자의 광고에서는 2002년 월드컵 당시 포르투갈전에서 골을 넣은 박지성과 히딩크가 포옹하는 장면이 재연된다. 대신 광고에서 히딩크에게 달려들어 쏙 안기는 건 바로 피자 배달원. 이 광고는 히딩크의 카리스마를 살짝 뒤집어 네티즌 사이에 자주 회자되고 있다.

감동 전략
태극전사 뭉클한 감동 제품 이미지로 연결


월드컵이 선사하는 가슴뭉클함을 자사 브랜드 이미지로 연결시키기도 한다.
KTF 광고 속 선수들은 ‘난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또 뛸 것’이라고 다짐하며 삼성생명의 홍명보 코치는 ‘늘 그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되새긴다. 하나금융은 ‘다시 한번 세계를 대한민국의 팬으로 만들자’며 호소한다.
한국투자금융은 직설적이다. 광고는 2006년 4강신화를 언급하면서 ‘그 한국 축구처럼 한국 투자증권도 한국 사람을 가슴 뛰게 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특히 KTF는 축구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발굴해내고 있다. 2002년 월드컵 중계를 지켜보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는가 하면, 부상으로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한 이동국 선수의 심정도 그려낸다. 광고 속 분위기와 성우의 목소리는 비장하기까지 하다.

스타 활용 전략
박지성 등 월드컵 스타 활용 눈길 사로잡아


가장 쉬운 방법은 스타를 섭외하는 것이다.
특히 박지성과 이영표 선수는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귀엽고 씩씩한 이미지의 박지성은 하이트맥주, LG전자, 우리은행 광고모델로 활약하고 있으며 부드러운 인상의 이영표는 서울우유와 외환은행 광고에 출연 중이다. 이 두사람은 SK텔레콤의 광고에도 함께 등장한 바 있다.
연예계 스타가 한국팀을 응원하기도 한다. 조인성은 국제전화 001 광고 속에서 고릴라와 ‘방콕 응원’을 선보이며 롯데카드의 한가인은 아이들과 함께 축구공을 가지고 논다. 문근영은 KB은행 광고를 통해 응원 후 숙면을 돕는 운동을 가르쳐주며 월드컵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혜린 기자 rinny@sportsworldi.com

[SW확대경]2002년 월드컵 응용 광고 사례
2006년 독일 월드컵 개막과 함께 각 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이제는 축구와 연관이 없는 기업들까지 월드컵을 빌려 홍보에 나서는 이른바 앰부시(ambush) 마케팅이 일반화되고 있다.
제일기획 사보 2005년 12월호 ‘독일 월드컵을 기대하는 앰부시 마케팅’에 따르면 ‘레드 열풍’이 시작됐던 2002년 4월부터 6월까지 우리나라에서 방영된 전체 TV광고는 총 431개로, 그 중 55개의 브랜드가 월드컵과 관련된 광고를 하였다. 그러나 그 중 17개의 브랜드만이 월드컵 공식 파트너 또는 공급업체의 광고였고, 나머지 38개의 브랜드가 월드컵과 관련이 없는 일반 기업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광고들은 FIFA월드컵의 명칭, 표시, 엠블렘의 사용을 피하면서 월드컵과 연관을 짓기 위해 응원이나 축구장면, 축구공, 선수 등을 활용했다. 2002년 이러한 광고를 통해 가장 큰 수혜를 본 SK텔레콤은 붉은악마의 응원을 이용한 광고 소재로 국민에게 응원 교육과 국가대표팀 경기가 끝날 때마다 다음 편을 방영하는 순발력 있는 매체 집행을 통해 마치 월드컵 공식 스폰서인 것처럼 비친 것.
이 같은 마케팅 사례는 월드컵이 열리기 이전부터 각 기업들의 사전 치밀한 계획에 의해 시행됐다. 단적인 예로 2001년 5월 대우자동차는 ‘누비라 II’ 탄생기념으로 판촉기간 동안 구입고객에게 할부이자를 없애고 한국팀이 16강 진출시 원금까지 돌려준다는 식의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후 SK텔레콤을 비롯, 삼성카드, 국민은행, 금강고려화학, 현대해상, 버드와이저, 동아제약, 순창고추장, 포스코, 리바이스 등 월드컵과 직접 관련이 없는 수많은 기업들은 길거리 응원 모습, 붉은 악마, 국가대표팀 및 선수, 감독, 김흥국, 최수종처럼 축구와 연관성 있는 연예인들을 모델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번 월드컵 기간 중 월드컵을 응용한 TV광고는 4년전보다 2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홍동희 기자 mystar@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