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실시된 고려대(서울 안암캠퍼스) 수시 1학기(일반전형) 인문계 논술고사가 모 학원에서 이전에 수강생에게 배포한 문제와 일부 제시문이 동일하고, 출제의도가 비슷해 논술문제가 사전에 유출된 것이 아니냐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14일 고려대 등에 따르면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부모와 학원가를 중심으로 이 같은 의혹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고려대의 이번 수시 1학기 인문계 논술 시험은 미국 철학자 존 롤스의 ‘정의론’과 영국 경제학자 제임스 밀의 ‘공리주의’, 다국적 제약회사의 신약공급과 개발도상국의 협상문제 등을 제시문으로 마련했다. 이들 제시문을 바탕으로 정의와 효율성에 관한 수험생 자신의 생각을 서술토록 요구하는 한편 개발도상국 정부와 다국적 제약회사 간 협상사례에 제시문을 적용하는 문제 등이 나왔다.
의혹은 논술고사 문제 중 일부가 유명 논술학원인 C논술아카데미의 고려대 수시 대비 논술 2회차 강좌에서 제시된 문제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제시문으로 활용한 롤스의 ‘정의론’에서 발췌한 부분이 같고, 출제의도가 유사하다는 것이다. 논술고사는 1번 문제에서 발췌한 ‘정의론’의 요지를 밝히고 ‘공리주의’ 입장에서 ‘정의론’의 견해를 비판하는 한편 4번 문제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논술하라고 요구했다. C학원의 고려대 논술 대비 강좌 역시 1번 문제에서 발췌한 ‘정의론’의 요지를 밝히고 그 관점에서 ‘공리주의’ 입장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는 한편 4번 문제에서 사회 양극화 문제의 해결방안을 논술하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고려대 논술고사가 끝난 뒤 C학원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학원 문제가 고대 시험문제와 똑같던데 어떻게 된 것이냐”, “아이가 고대 논술고사를 보고 와선 학원에서 배운 문제와 같은 것이 나왔다고 하는데 진짜냐’는 등의 의견이 빗발쳤다.
이에 대해 고려대와 C학원은 발췌한 부분이 동일하고, 출제의도가 유사한 것일 뿐 사전유출은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고려대 논술고사는 정의에 대한 현실적인 본질을 이해하고, 소수자 보호와 효율적인 행복추구의 비교를 통해 구체적인 상황을 검토하는 한편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한 반면 C논술학원은 정의에 대한 현실적인 개념 이해를 통해 양극화로 나타나는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도출해 이를 논술할 것을 요구한 문제였다고 양측은 설명하고 있다.
C논술학원의 한 관계자는 “학부모나 수험생은 제시문의 출전이 같기만 해도 ‘사전유출’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지난해(2006학년도) 수시 모집 2학기에서 자연계열 논술에서 수학이나 과학과 관련된 풀이과정을 요구하는 문제를 내 교육인적자원부가 요구하는 논술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특히 ‘글로벌 인재 전형’에서는 국문 지문을 주되 답안을 영어 등 외국어로 작성하게 해 영어 사용을 금지한 가이드라인에 저촉해 교육부에서 개선을 요구받았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학교 측 "출제의도 유사할 뿐 사전유출 아니다"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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