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골칫거리다. 아이가 없는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이 저출산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딩크족은 세계 곳곳에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딩크족은 단순한 가족 붕괴의 단면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의 한 모습이란 목소리도 높다. 세계 각국의 저출산, 딩크족의 현황과 이들이 사회·문화적으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지 살펴본다.
[관련기사]각국 출산율 저하사회·문화 바꾼다
한국 사회가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면서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5~49세 영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 출산율)는 1.08명으로 집계됐다.
한국뿐 아니라 가까운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스위스 싱가포르 캐나다 독일 등 세계 여러나라가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1.25명), 독일(1.37명), 영국(1.74명), 프랑스(1.90명)등도 한국보다는 높지만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저출산은 ''딩트족''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딩크족은 배우자의 자유와 자립을 존중하며 일하는 삶에서 보람을 찾으려 한다. 전통적인 부부의 중심이 ''자녀''였다면 딩크족의 중심은 ''부부''다. 젊은 부부는 30대 또는 40대 이후로 출산을 미루거나 아예 아이 낳기를 포기하고 있다.
최근의 저출산은 과거의 양상과는 다르다. 지난 수세기 동안 서유럽에서 4분의 1에 달하는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일은 흔치 않았다. 역사적으로 아이가 없는 원인은 빈곤이나 전쟁과 같은 격변 때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이유, 직업 기회, 생활방식 등의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는다.
지난해 독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서독지역의 30~40세 여성중 30%가 저녀를 두지 않으며, 동독도 22%는 자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여성 중 30%는 평생 아이를 갖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에서는 아이를 갖지 않는 여성 수가 지난 20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일본도 30세 여성의 56%는 출산 경험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에는 미국이나 서유럽의 대도시에서나 볼 수 있던 딩크족이 이제 각지로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같은 남부 유럽에서 대가족은 미덕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이들 3개국의 출산율은 거의 바닥 수준이다. 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국가의 하나로 꼽히는 그리스의 출산율이 1.3명이다. 40세 이탈리아 여성 중 거의 4분의 1이 아이가 없는 상태로 남길 원하고 있다.
인구 대국인 중국마저 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 노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사회과학원이 펴낸 ''인구와 노동력백서''에 따르면 1971년 5.4명이던 출산율이 2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중국 인구는 2030년 14억 6000만명을 정점으로 감소 단계에 들어서며, 2050년에는 인도가 인구 수에서 중국을 추월하게 될 전망이다.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 기혼 여성의 40%는 아이를 갖지 않을 생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에서도 저출산은 심각한 문제다. 출산율이 1965년 4.66명에서 2005년 1.24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중국계의 출산율은 1967년 6.48명에서 2005년 1.08명으로 급감했다.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는 최근 "딩크족등으로 저출산이 국가 존속을 위협하고 있다"며 "문제를 해결할 수있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대만에서도 딩크족은 저출산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대만의 2005년 출산율은 0.91명에 머물렀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1988년 6.0%에서 2004년 9.9%증가 했고, 딩크족은 같은 기간에 7.7%에서 14.2%로 급증했다.
딩크족 출현에는 가족보다 개인의 삶을 더 중시하는 가치관, 자아 실현 욕구 등이 큰 역할을 했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여성들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아이를 낳아 가정에 머물기보다는 사회에서 활동하려는 여성이 늘어난 데 기인한다. 아이 없이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길 원하는 부부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여성들이 딩크족이 되길 택한 것은 자녀 양육과 사회활동을 병행하기 힘든 사회에 대한 조용한 항의이기도 하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비싼 자녀 양육비, 출산 후 사회 복귀의 어려움, 가사노동 분담을 기파하는 남편 등을 본다면 일본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일본에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결혼과 자녀에 집착하지 않느다"고 보도했다.
이보연 기자
byabl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