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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준비만 몇달… 용서가 얼마나 힘든지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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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이나영 인터뷰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송해성 감독은 이나영과 강동원 두 배우를 한 화면에 잡아낸다. 면회소에 웅크리고 있는 사형수 정윤수(강동원)의 모습에 투명 칸막이에 비친 상처 많은 여자 문유정(이나영)의 얼굴이 포개지는 식이다. 송 감독은 두 주인공의 동질성과 소통을 나타내기 위해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에서 따온 장면이라고 말했다. 얼굴을 겹치면 일치할 것같이 닮은 두 배우는 묵직한 주제의 상처 받은 인물 속으로 흔들림 없이 걸어 들어왔다. 두 젊은 배우가 쉽지 않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출연하게 된 계기는?
강동원=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에 소설을 먼저 접했다. 송 감독님이 영화화한다고 해서 일부러 읽었다. 캐릭터에 끌렸고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윤수 역을 맡게 됐다. (송해성 감독은 “착한 배우, 진심이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었다. 어쩌다 두 배우의 진심이 내게 와 닿았는지 모르겠지만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강동원과 이나영을 수식하는 ‘꽃미남’과 ‘외계인’이라는 단어를 떼어주고 싶었다. 이 영화를 통해 두 사람이 ‘배우’라는 이름으로 설 수 있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나영= 송해성 감독님이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말을 듣고 소설을 읽었다. 해 보고 싶고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 감독님의 이전 작품들은 감성적이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배우들이 늘 탐내는 작업이다. 강동원씨가 먼저 사형수로 이야기되고 있었는데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출연을 결정했다.

>>캐릭터 준비는?
강동원= 시나리오상 윤수는 표준어를 구사한다. 대본 리딩하는 과정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것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사투리가 싫었다. 고향이 경상도이고 데뷔작인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에서 사투리를 쓴 적이 있었지만 표준어로 부딪치고 싶었다. 하지만 사투리를 쓰면서 연기가 자유로워졌고 캐릭터의 느낌이 살았다. 결과적으로 만족한다.

이나영= 공간도 한정돼 있고 회상 장면을 제외하면 사건도 없어 표현하기 쉽지 않았다. 거의 100% 내면 감정 연기였다. 관객이 “쟤 뭐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가만히 있어도 날카로워 보이고 싶었다. 말투도 애 같은 느낌이 나고 자칫 투덜이로 비칠 수 있다. 수위를 조절하는 게 힘들었다. 감독님과 파트너 윤수와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유정이 타는 자동차, 입는 옷을 정하는 데 몇 달이 걸렸다.

>>느낀 점·계획은?

강동원= 영화가 제기하는 사형제 존폐론에 관한 질문은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한쪽을 택하기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나 자신한테 해코지를 한 사람은 용서하기가 오히려 쉽지만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을 해친 사람은 용서가 어려울 것 같다. 다음엔 그냥 재미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

이나영= 유정이 엄마를 찾아가 용서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 유정이처럼 가까운 사람과 소통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생각했다. 극중 유정과 윤수도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가 없었던 사람들이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두 사람이 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면의 상처가 너무 많은 인물을 연기하느라 힘들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은 인물과 연기하고 싶다.
[관련기사]스크린에 그려진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글 신혜선, 사진 김창길 기자 sunsh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