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보료 6.5% 인상을 놓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경제사정도 나쁜데 건보료를 대폭 올리는 것을 좋아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공식 인상률은 6.5%이지만, 지역주민의 재산과표 인상분과 근로자의 임금 인상분을 포함시켜야 하니 실제 보험료 인상률은 10∼12%로 전망된다.
금년에 예상되는 건보 재정적자가 약 1800억원이며, 만약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내년에는 1조6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적자를 해결하자니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것이다. 정부는 작년 7월 2008년까지 진료비의 80%를 보험에서 부담한다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방침’에 따라 암 등 고액 중증질환 본인 부담을 경감시키고 MRI 검사, PET(단층촬영) 검사, 입원 환자의 식대를 적용하는 등의 보험 혜택을 늘렸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은 당연한 조치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첫째, 보험 혜택을 늘리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이 무리하다는 점이다. 금년도의 경우 담뱃값 인상을 전제로 입원 환자 식대를 보험에 포함시켰는데 담뱃값 인상이 확정도 되기 전에 시급성을 요하는 서비스도 아닌 환자 급식을 포함시키는 통에 재정 적자만 초래시킨 정책의 무모함이다.
둘째, 보장성 확대 로드맵의 시의성 문제이다. 건강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을 실시하면서 2001년도에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경험하여 나라 전체가 건보재정 문제로 시달린 것이 엊그제 일이었다. 이 문제를 보험료 인상, 국고지원 확대, 담배 부담금 인상 등 국민부담 증가를 통하여 겨우 해결한 지 몇 년이 지났다고, 또 국민 부담이 따를 보장성 확대를 들고 나오는데 이러한 정책이 시의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셋째, 보장성 확대의 우선순위가 과연 타당하며 현재처럼 국민부담 증가로 추진하는 방법에 문제가 없는가 하는 점이다. 입원환자의 급식이 정말 시급한 서비스였는지, 그리고 감기와 같은 개인의 진료비 부담은 적지만 이용 횟수가 많아 재정지출은 많은 서비스를 보험에 그대로 두면서 MRI 촬영과 같은 값비싼 서비스를 추가하여 국민 부담을 늘리면서 보장성을 강화하는 정책이 타당한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넷째, 건강보험의 통합으로 인한 재정관리의 비효율적 구조는 그대로 두고 보장성 확대를 추진함에 따라 국민 부담만 증가시키는 문제도 따져 볼 일이다. 과거 조합 방식으로 의료보험이 관리될 때는 조합끼리 재정에 대한 비교와 경쟁 심리가 작용하였고, 의보조합의 대표이사는 조합재정을 책임져 재정관리가 지금보다 효율적이었다. 통합으로 건강보험이 독점체계가 됨에 따라 재정관리 책임도 건보공단 이사장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그런데 이사장은 건강보험과는 무관하게 정치적으로 임명됨에 따라 보험재정의 효율적인 관리는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기와 같은 소액 의료비는 본인 부담을 증가시켜 이용률을 억제하는 급여구조 개선이 보장성 강화에 선행되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건강보험제도를 경쟁 시스템으로 바꾸어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건보공단 지사에 재정의 일부를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여 경쟁을 유도하고, 공단지사와 의료공급자가 계약을 통하여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틀을 바꾸어야 한다.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체계로 지금 바꾸지 않으면 인구고령화와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보험재정 지출은 통제하기 어려워질 것이며 그 부담으로 건강보험제도의 존속 가능성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다.
이규식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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