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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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 VS ''여자는 괴로워''

입력 : 2006-12-18 13:18:00
수정 : 2006-12-18 13: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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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중이 열연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요즘 인기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김아중은 기존의 도도한 이미지를 벗고 ‘푼수’ 연기와 눈물 연기를 동시에 선보여 진정한 배우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녀는 괴로워’는 25년전인 1981년에 나온 한국 영화 ‘여자는 괴로워’( 아래 사진)와 제목, 내용 등 여러 면에서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 올해 3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온 국민을 울린 코미디언 고(故) 김형곤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70대 후반의 고령에도 아직 왕성히 활동 중인 심우섭 감독의 작품이다. 김형곤 외에 문미경, 배일집, 장고웅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연기자들이 다수 출연했다.
‘미녀는 괴로워’의 한나(김아중)는 천상의 목소리를 지녔음에도 뚱뚱한 외모 때문에 가수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21세기의 발달한 의학기술은 ‘성형수술’이란 장치를 통해 그녀에게 최고의 ‘S라인’ 외모를 선사한다. 비로소 얼굴과 몸매에 자신감을 얻은 한나는 꿈에도 그리던 가수에 도전, 정상에 오른다.

‘여자는 괴로워’의 인철(김형곤)도 마찬가지로 가수 지망생. 아무리 노력해도 가수의 길이 열리지 않자 그는 스스로 성(性)을 바꾼다. ‘여장(女裝)’을 하고 허스키 보이스의 여자 가수가 된 것. 뚱뚱한 외모지만 ‘여자’답지 않게 짙고 굵은 음색을 내는 그는 여성 팬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일약 스타가 된다.
두 작품은 결말도 흡사하다. ‘미녀는 괴로워’의 한나는 성형수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친아버지(임현식)를 멀리하고 사랑하는 남자 상준(주진모)에게도 거짓말을 하는 고통에 시달린다. 자포자기 끝에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은 그녀. 하지만 팬들은 오히려 박수를 보낸다.
‘여자는 괴로워’의 인철 역시 여자로 살기 위해 옛 애인 남옥(문미경)을 버리곤 괴로워 한다. 영화 막바지에 기어이 ‘커밍 아웃’을 선언하는 인철. 비로소 남옥과 재회한 그는 이제 당당한 남자가수의 모습으로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른다.
성형수술과 여장이란 차이가 있지만 두 영화 모두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는 교훈을 던지는 셈이다. 성형수술 전 김아중의 뚱뚱한 모습과 여자로 분장한 김형곤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부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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