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철거깡패 필제(임창정)가 재개발 예정지인 1번가에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필제는 ‘형님’으로부터 신축 아파트 한 채를 배당받는 게 꿈인 3류 건달. 적당히 겁주고 이주동의서에 도장을 받아낸 뒤 빨리 동네를 뜨려 하지만 주민들은 그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필제는 이런저런 일로 동네 사람들과 엮이고 일도 꼬이기만 한다.
‘1번가의 기적’은 임창정의 코믹 연기, 하지원의 복싱 투혼, 그리고 일동이 남매의 사투리 연기가 삼박자를 이룬 ‘잘 빠진’ 코미디 영화다. 이들은 짜임새 있게 서로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냥 웃기려드는 영화가 아니다. 윤제균 감독은 이번 영화로 ‘인생을 이야기하자’며 나선다.
특히 벽에 기댄 채 쭈그려 앉은 남매에게 동네 아이들이 가하는 토마토 세례는 관객의 가슴에 시뻘건 멍을 남기며 왈칵 눈물을 쏟게 만든다. 할아버지 병에 효험이 있다는 토마토는 남매에겐 희망의 상징이다. 어렵게 구한 토마토가 못된 동네 아이들의 장난으로 허망하게 으깨져버리는 장면을 통해 윤 감독은 우리 사회의 아픈 구석을 날카롭게 비유한다.
그럼에도 윤 감독은 힘주어 말한다. 기적이란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라고.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