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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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집게 용병술'' 귀네슈 FC서울 감독, 돌풍 예고

김은중 부진에 정조국 투입… 10분만에 쐐기골
‘명불허전(名不虛傳).’
명성이나 명예가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라는 뜻의 말로 2002한일월드컵에서 터키를 3위에 올려놓으며 ‘명장’ 반열에 오른 세뇰 귀네슈 FC서울 신임 감독(사진)이 4일 대구FC와의 K리그 2007시즌 홈 개막전에서 이를 잘 보여줬다.
귀네슈 감독은 서울이 2005년 이후 한 번도 홈에서 이겨보지 못한 껄끄러운 대구를 상대로 치른 K리그 사령탑 데뷔전에서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수비·미드필더·공격 라인의 간격을 좁혀 패스 미스를 줄이고 압박이 빨라지는 등 전체적으로 조직력이 좋아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베테랑 위주의 안정된 경기운영을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는 파격적인 선수 기용이었다.
그는 지난해까지 중앙수비수로 서울 수비진의 핵이었던 이민성(34)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또 2004년 입단해 K리그 경력이라고는 지난해 4게임을 뛴 것이 전부인 이청용(19)과 이날 K리그 데뷔전을 치른 기성용(18)을 각각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시켰다. 이는 경력이나 이름값보다는 기량에 따라 선수를 필요한 곳에 배치하겠다는 귀네슈 감독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과감한 선수 기용은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 귀네슈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듯 이청용이 후반 4분 선제 결승골로 K리그 데뷔골을 장식했다. 리드를 잡았지만 귀네슈 감독은 수비를 강화하기보다는 좀처럼 슈팅 기회(슈팅 1, 유효슈팅 0)를 잡지 못하고 있던 김은중(28)을 대신해 국가대표팀 공격수인 정조국(23)을 투입하며 공격진을 가다듬었다. 주전 경쟁을 위해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부지런히 상대 진영을 파고들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정조국은 투입 10분도 채 안 된 후반 23분 과감한 중거리슛으로 추가 골을 뽑아냈다. 경쟁이 집중력을 높인 결과로 귀네슈 감독의 용병술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한 장면이었다.
경기 막판 귀네슈 감독의 색깔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기성용을 대신해 김동석(20)을 투입하며 젊은 선수가 경험을 쌓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 것. 또 팀이 2골 차로 앞선 상황인 데도 수비수 아디를 빼고 공격수 두두를 투입하며 공세를 더욱 강화했다. 이기고 있어도 잠그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경기를 마친 뒤 귀네슈 감독은 “이제 첫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아직 내가 원하는 축구가 100% 완성되지 않았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