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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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대학교수 "중국 동북공정 뿌리는 마오이즘"

잠미얀 바트투르 몽골국립대 교수 주장
“중국 역사왜곡의 근저에는 마오이즘이 있습니다.”
고구려·발해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왜곡에는 중국식 패권주의인 마오이즘이 작동하고 있으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피해 당사국들의 협력과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열린 ‘중국의 몽골사 인식의 문제점’ 세미나에서 나왔다. 이날 강연에서 잠미얀 바트투르(40·사진) 몽골국립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중국의 역사왜곡의 뿌리에 마오이즘이 있다며 한·몽골 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에서 연구 활동 중인 바트투르 교수는 서남, 서북, 동북공정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해 “중국이 정치적인 자신감과 함께 불안감도 가지고 있다”며 “민주화운동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예전처럼 학살의 형태가 아니라 역사왜곡이 동원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민주화 열망을 분쇄하고 사회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민족주의를 이용하며 그 민족주의 강화를 위한 방편으로 역사왜곡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즉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왜곡은 중국이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혁명이론 체계인 마오이즘을 현대화한 ‘신마오이즘’이란 진단이다.
바트투르 교수는 “학계에선 호모사피엔스의 시작은 아프리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데 중국은 호모사피엔스와 호모에렉투스가 모두 중국에서 나왔다며 중국의 우수성을 주장한다”며 중국의 역사왜곡이 선사시대로까지 거슬러올라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중국은 사회과학원을 통해 몽골 역사 또한 조직적으로 왜곡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몽골의 대표적인 영웅 칭기즈칸도 중국인으로 둔갑시켰다. 뿐만 아니라 1911년 청나라 멸망을 틈타 몽골이 독립한 것에 대해서도 중국은 일부 불순한 세력의 음모로 몰아간다.
“‘황금제국사’라는 역사서에 보면 ‘명나라가 들어선 뒤로 40만명의 몽골인이 중국에서 돌아왔다’고 나옵니다. 그러나 중국은 인정하지 않죠.”
그는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해 몽골의 정치·학술적 대응이 모두 미약한 실정임을 토로하며 “몽골이 몽골통사를 1권 쓰면 중국은 3권, 몽골이 3권 쓰면 중국은 5권, 5권 쓰면 15권 쓰는 식”이라며 중국의 파상공세를 비판했다. 중국의 역사왜곡으로 몽골의 반중 감정은 이미 골이 깊었다. 몽골인들은 중국어로 된 간판을 부수기도 하고 어린 학생들은 떼지어 다니며 중국사람을 폭행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 바트투르 교수의 전언이다.
그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한국과 몽골의 공동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가끔 몽골에 와서 학술대회를 여는 한국 학회들 중 대부분은 몽골과의 교류 없이 그냥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학술교류가 체계적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했다.
“한 사람으로 가정을 이룰 수 없고 군인 한 명으로는 군대를 이룰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과 몽골의 학술교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계속된다면 중국의 역사왜곡을 바로잡게 하는 데 힘이 될 것입니다.”
정진수 기자 yamyam19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