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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김미월 첫 소설집 ''서울 동굴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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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작가들의 공통점은 이른바 ‘쿨하다’는 것일 게다. 쥐어짜지 않고, 구질구질하지 않고, 가벼워지고 냉정할 것…. 김미월(30·사진)도 그 범주에 속하는 문체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해온 김미월의 첫 소설집 ‘서울 동굴 가이드’(문학과지성사)를 보면, 그가 쿨하면서도 동세대 작가들과 어떻게 다른 질감의 작품을 생산해내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첫머리에 수록한 ‘너클’은 쿨한 외피로 위장한 젊은 세대의 고독과 아픔에 관한 서사다. 주인공 여자아이는 “피붙이라고 하나 있는 게 반신불수 외할머니를 남한테 맡기고 싸돌아다니기만 하고, 집에 있을 때도 제 방에만 처박혀” 사는 불량소녀다. 이 아이는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컴퓨터 게임 ‘신시아’의 세계에서 산다. ‘신시아’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갓난아기 신시아를 성인이 될 때까지 잘 키우는 거다. 실제 세계에서 주인공 여자의 어머니는 죽었다. 그녀와 불과 열여섯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미혼모였다.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고, 믿을 건 자신의 주먹뿐이라고” 그 엄마는 흐느꼈었다. 그래서 여자애는 주먹에 너클을 끼우고 언제든 자신을 방어할 태세로 살아간다. 피시방 단골 백사장은 어린 여자를 데리고 와 노닥거리는데, 어느 날 주인공은 여자에게 백사장의 가면을 벗겨주고 너클을 건네주려 한다. 현실은 삭막하다. 게임 속 신시아는 잘 키워서 이제 궁중무도회에 나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할 마지막 단계까지 와 있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그녀를 삼십 일째 잠만 자도록 방치해두고 있다. 가상현실 속에서 누릴 허망한 행복이 현실 속 그녀의 실존을 얼마나 초라하게 만들지 두려워서.

두 번째 작품 ‘유통기한’도 쿨한 신세대에 대한 편견을 걷어낸다. 보조개가 예쁜 선배를 좋아했던 남자 경수. 그는 미국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찾아간 그 선배의 부탁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돌본다. 해방 후에도 50년 동안 국적 없이 중국 땅을 떠돌다 조국에 돌아온 그 할머니들은 우리말을 잘 못한다는 것만 빼면 어디에서도 아픈 과거를 발견할 특징이 없다. 경수의 어머니는 아마도 ‘그녀보다 다른 여자를 더 사랑했던, 자신의 남편에게 가던 길’에 교통사고로 죽었다. 종국에 여자 선배는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고독한 청년, 경수다. 유통기한을 고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수는 되뇐다. “모든 물건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유통기한이 없는 것도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서울 동굴 가이드’ ‘(주)해피데이’, ‘수리수리 마하수리’, ‘소풍’, ‘가을 팬터마임’, ‘골방’, ‘정원에 길을 묻다’ 등 모두 9편의 단편을 수록한 김미월의 소설집은 세대와 문체는 달라져도 달라지지 않는 인간의 상처에 대해 말한다.

조용호 기자 jho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