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유교 문화권에 속한 나라에서 온 나에게 한국인의 인사예절에 큰절이 있는 것은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현대사회에서도 한국인의 대인관계에서 큰절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한국전통문화의 강한 힘으로 여겨져 놀랍다. 그리고 큰절이 단순히 안부와 공경을 표하는 것 이상의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한국에서 큰절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은 적이 많았다.
현재 베트남 사람도 절을 하는데 주로 제사지낼 때만 올리고 있다. 절을 올리는 방법은 한국의 큰절보다 더 간단하다. 한국인의 큰절을 올리는 방법은 보다 더 복잡한 데다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차이도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남자의 절이 더 편하다는 것이다. 현대 한국여성들은 한복보다 편한 옷을 입게 되었지만, 짧은 치마와 같은 옷은 오히려 큰절을 올리기에 불편하다. 그래서 여자들은 상황을 잘 살피고 신경을 쓰면서 큰절을 올릴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큰절은 혼례식의 교배례와 폐백, 조부모나 부모의 환갑, 수연 때의 헌수, 부모나 웃어른을 오랜만에 뵐 때의 인사, 제례·성묘 때의 예배, 문상 때 조객과 상주의 인사 등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하나의 인사 예절로 알려져 있다.
인사라는 단어는 사전에 잘 설명되어 있지만 처음 한국에 와서 생활하던 무렵 외국인 학생으로서 나에겐 ‘안녕하세요’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한국인이 도와주는 사람에 대해 말할 때 ‘시간 나면 인사하러 가야 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자주 듣게 되었고, 그럴 때면 인사에 감사의 뜻도 포함된 것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 나는 큰절을 마음속 깊은 감사를 간절히 표하는 현대 한국인의 인사예절로도 이해하고 있다.
보통 폐백이 따로 있지만 서양식으로 하는 결혼식에서도 신랑신부가 양가 부모께 큰절을 올리는 것은 빠지지 않는다. 나에게 양복을 입은 신랑과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큰절을 올리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고 또 감동적이다. 비록 신부가 드레스 때문에 큰절을 안 하는 경우가 많지만,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 신부의 모습은 큰절을 올리는 것처럼 여겨지고 양가 부모뿐만 아니라 축객들의 가슴도 뭉클하게 한다.
지난번에 한 대학원의 졸업식에 참석했는데 졸업생 한 명은 대표로서 감상문을 발표한 다음 지도교수께 감사하는 뜻으로 바로 무대에서 큰절을 올렸다. 이 장면을 보는 학생, 학부모, 교수 모두 감동을 받았다. 졸업생의 얼굴에는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친구의 졸업식에 여러 번 참석해 봤지만 그렇게 감동적인 졸업식은 나한테 처음이었다.
한국인은 참 부럽다.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깊은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큰절은 대신 말해주기 때문이다. 큰절이 한국인의 현대생활 속에 계속 남아있으면 좋겠다.
응우옌 티탐 베트남인·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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