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학력은 계층 이동의 주요 수단이다. 시골에서 전답과 소까지 팔아 자식의 대학 교육을 시킨 것은 학력이 신분 상승을 가능케 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기러기 아빠도 마다하지 않는다. 처자식을 해외로 보내고 혼자 남아 쓸쓸히 보내는 처지일지라도 이를 기꺼이 감수한다. 번듯한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뿐인가. 학력이 좋아야 승진도 빠르고 혼처를 구하는 데도 유리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너도나도 대학으로 몰려간다. 우리나라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82%로 세계 최고다. 고학력자는 크게 늘었지만 이들이 찾는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환경미화원과 등대지기 모집에까지 대졸자들이 몰려드는 실정이다. 구직자의 68%가 하향 취업을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고학력이 오히려 방해가 돼 학력을 실제보다 낮춰 기재했다고 한다. 이도 학력을 위조하고 있는 셈이다.
한 온라인 취업 사이트에 따르면 구직 활동을 하면서 학력이나 학벌로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자가 66.5%에 달했다. 이 때문에 20, 30대 다섯 명 중 한 명은 취업이나 성공을 위해 학력 위조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학력 과잉 속에서도 국내 대학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해외에서까지 위조해 특급 탁송화물로 밀반입하려다가 인천공항세관에서 적발되는 사례도 지난해부터 부쩍 늘었다고 한다.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가 겪을 수밖에 없는 병리현상이다.
신정아 교수의 학력위조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단국대 김옥랑 교수의 학력도 거짓임이 드러났다. 이는 학력위조가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검찰과 경찰이 가짜 학위를 추방하기 위한 집중 단속에 나서고, 국회에서는 외국 박사학위 진위 검증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문제는 실력보다는 ‘간판’을 중시하는 오늘의 사회 풍토를 바꾸는 일이 아닌가 한다. 학력과 무관하게 실력과 실적으로 평가받는 사회 분위기가 아쉽다.
안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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