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신약임상시험의 숨겨진진실]해외 임상시험 피해 사례

국내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의 임상시험이 증가하면서 최근에야 안전성과 윤리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지만 해외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 임상시험과 관련된 생명윤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은 2차세계대전 중 유대인 포로들을 상대로 인체실험을 자행한 나치 의사들을 전범으로 처벌하면서 임상시험에 대한 국제적 생명윤리강령(뉘른베르크 강령)을 마련했다. 이후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시험 피해나 윤리 위반이 발생할 때마다 이 기준을 한층 강화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국적 제약사들은 1970년대부터 윤리 규제가 허술한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지로 진출해 임상시험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비윤리적 행위가 속출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는 1996년 나이지리아에서 검증되지 않은 임상시험 약을 어린이에게 투여했다가 나이지리아 정부에 의해 기소됐다. 화이자는 당시 나이지리아에서 뇌수막염이 유행하자 이 병을 앓던 영·유아 100명에게 시험약을 투여했다. 그 결과 약물이 투여된 100명 가운데 5명은 숨졌고, 나머지 어린이들도 상당수 관절염에 시달려야 했다.
영국 BBC는 2006년 시사다큐멘터리 ‘임상실험의 천국 인도’(원제 Drug Trials―The Dark Side)를 제작, 존스 앤드 존스 등 다국적 제약사의 이런 비윤리적 행태를 고발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인도 환자들은 자신이 임상시험 대상자라는 사실도 모른 채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대다수 환자들은 임상시험을 다국적 제약사가 베푸는 치료기회로 알고 있었지만 다국적 제약사들은 임상시험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환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세척기간’(투약·치료 중단기간)을 거치거나 실험 데이터 확보를 위해 일부 환자에게 위약을 투여했다.
이 밖에 벡스젠도 2002년 태국에서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백신 임상시험을 하면서 피험자들에게 소독 주사기나 콘돔 등을 제공하지 않았다.

특별기획취재팀=김동진
우한울·박은주·백소용 기자
speci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