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많은 사람이 내시의 성적인 부분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 내시는 보통의 남성들이 기본적으로 가지는 ‘성’적인 능력이 상실된 존재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성적 욕구조차 없지는 않았다. TV에서 보는 것처럼 왕과 후궁의 성 생활을 면전에서 보고도 아무런 느낌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비록 생식기가 제거된 ‘환관’일지라도 생식선까지 제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성 호르몬은 여전히 분비됐고 성적 욕구도 그대로였다.
그런 환관들 앞에서 왕은 후궁과 성 생활을 기피하지 않았고, 이러한 행위는 환관들을 자극하고 성욕을 유발시킬 수 있었다. 오히려 이런 심리가 기형적으로 발전할 경우 보통 사람보다 더 강렬한 성욕을 유발시킨다는 견해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기존의 이런 낭설 때문인지 발기가 안 되는 자신을 ‘내시’에 비유하는 환자가 종종 있다. 얼마 전 본원을 찾은 40대 중반의 사업가 박모씨 역시 그랬다. 예전과 달리 결혼한 지 20년이 채 안 되는 요즘, 아내를 봐도 성욕이 전혀 일어나지 않고 발기도 안 된다며 마치 내시가 된 기분이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40대 이후의 남성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발기부전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죽상동맥경화증이라고 해서 동맥이 딱딱해지고 내강이 좁아지는 병이 있으면 발기부전이 될 확률이 높다. 또한 흡연이나 약물복용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당뇨병이 있으면 작은 혈관들과 말초신경의 손상이 유발되어 발기부전이 나타나게 된다. 이 밖에도 중풍 등의 뇌혈관 질환이나 척수 손상, 골반 수술이나 손상, 페이로니병이 있어도 발기부전을 경험할 수 있다.
최근에는 꼭 특정 질병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울증, 죄책감, 근심 걱정, 과도한 스트레스, 불안감 등으로 인해 발기부전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각한 것은 많은 남성들이 한두 번의 발기부전을 겪고 나면, 자신감마저 잃게 되면서 성행위 자체를 두려워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 아내는 아내대로 그런 남편에게 점점 불만을 토로하게 마련이다.
어떤 이유로든 발기부전을 경험하게 되면 당장 큰 일이 난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마치 남자로서 삶이 끝난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발기부전은 주변 가족들, 특히 아내의 진심 어린 격려가 가장 중요하다.
드라마에서 보는 내시의 모습은 결코 여자 같거나 나약하지 않았다. 한두 번 실패했다고 불안감, 위축감 등을 갖는 것은 성생활에서 ‘쥐약’이나 다름없다. 건강한 정력은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잊지 말자.
도성훈 연세우노비뇨기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