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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싸움’ 김태희 "캐릭터 공감.. 자유롭게 감정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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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 속 ‘美의 여신’ 이미지 벗고 망가진 모습 변신
실제 성격 단순하고 열정적이라 편하게 연기에 몰입
“나 자신 만족하고 관객도 인정하는 배우되고 싶어”
그녀는 역시 예뻤다. ‘한국 대표 미녀’로 일컬어지는 김태희가 지난해 영화 ‘중천’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관객 앞에 섰다. 설경구와 부부로 호흡을 맞춘 새영화 ‘싸움’에서 김태희는 검은 마스카라가 번지고, 진흙탕에 뒹구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망가졌지만, 화면 속 김태희는 여전히 예뻤다. 캐릭터를 극 속에 자연스레 녹여 넣을 만큼 연기는 좋아졌지만, 우리가 아는 ‘예쁜 김태희’의 모습은 여전히 드러나 보인다.

인터뷰 직전 카메라 앞에 선 김태희는 과연 CF스타답게 화사한 표정과 예쁜 포즈를 자유자재로 연출했다. 김태희는 “몇 년간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하다 보면 누구나 그렇게 돼요. 얼굴 근육도 카메라에 맞게 발달하는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김태희는 그동안 영화 ‘중천’을 비롯해 드라마 ‘천국의 계단’,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등에 출연했지만 배우로서 이름을 빛내줄 뚜렷한 작품과 캐릭터를 갖지 못했다. 대신 휴대전화, 화장품 등의 CF에서 도도하기도 하고 발랄하기도 한 ‘아름다운 여신’ 이미지를 구축했다. 김태희도 자신의 그런 특징을 잘 알고 있었다.

“CF 속 저는 완벽하게 세팅된 모습이니까요. 게다가 지금까지 제가 영화와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이 정적이거나 무겁거나 너무 완벽한 편이어서 더 어려워 보이나봐요. 이젠 팬들이 제 실제 모습을 보면 실망할까봐 겁도 나요. 제 실제 성격은 완벽하기보다 단순하고 길치에다가 어리버리해요. 또 솔직하고 욱하는 면도 있고 열정적이기도 하고요.”

김태희는 빼어난 외모로 찬사를 받지만, 그에 비해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곤 했다. 작년 첫 영화 데뷔작인 ‘중천’에선 유독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악평에 상처받지 않았을까. “물론 상처받죠. 그런 평가가 여자들, 특히 CF스타에겐 더 가혹한 법이라고 주위에서 위로를 하기도 했지만, 그걸로 제 자신을 합리화할 순 없었어요. 그 얘기가 맞는 걸까 내가 맞는 걸까 고민도 하고 반성도 했죠.”

‘중천’에서 하늘거리는 옷을 입고 예쁜 사극 판타지 연기를 펼쳤던 김태희는 ‘싸움’에서 더 편하게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다. 김태희가 맡은 진아는 약간 까칠하고 거침없이 감정을 표현하는 인물. 김태희는 “시나리오로 연습하면 너무 감정이 소진될까봐 격한 감정이 담긴 다른 연극 대본을 보고 감정 연기를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캐릭터는 하나하나 모두 공감이 갔어요. ‘중천’에선 감정을 절제해야 했는데 이번엔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촬영하다 스타킹에 구멍이 났었는데 난 ‘진아’니까 내버려두었죠.”

영화 속 부부 싸움에서도 김태희는 100% 진아 편이었다.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싸움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들은 싸우면서 자기만 생각하는 데다 서로 타고난 성향이 달라서 더 문제였죠. 전 사랑에 빠지면 콩깍지가 씌여 다 좋게 보여요. 싸울 때도 앞뒤 안 가리고 싸우죠. 이번 영화를 하면서 남자와 싸울 때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진아처럼 무조건 싸우기보다는 여우같이 슬며시 휘어잡아야 할 것 같아요. 전 정말 소질 없지만….”

톱스타 자리에 있는 그녀에게 배우로서의 고민과 꿈을 물었다. “일단,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연기를 안 했으면 아마 연구실이나 화실 등 홀로 있는 일을 했을 거예요. 연기는 내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하죠. 배우로서 내가 만족할 수 있고, 또 관객들도 인정하는 모습을 빨리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까지 못해 본 역이 너무 많아요. 그렇다고 오로지 연기 변신을 위해서 하고 싶지는 않아요. 내 안에 없는 모습을 억지로 꾸며낼 자신은 없어요. ‘페인티드 베일’의 나오미 와츠가 했던 멜로 연기나 발랄한 로맨틱코미디를 해보고 싶어요.”


글 김지희, 사진 송원영 기자 kimpossibl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