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폐막한 제1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발리 로드맵’이 채택됨에 따라 2013년부터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우리나라 정부와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제 남은 시간은 5년. 이 기간 내에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지만 전체적인 틀을 잡아주는 국가 차원의 로드맵은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17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열어 ‘발리 로드맵’ 결과를 논의하고 기후변화 제4차 종합대책(2008∼2012년)을 심의·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 분야의 기업들에 자발적 감축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에너지 절약투자를 지원하는 방식 등을 통해 2012년까지 1800만t의 이산화탄소를 줄인다는 구상이다. 또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11년에 5%, 2030년에 9%로 높이고 원자력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대책안 자체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문제는 국가적 차원의 목표치와 온실가스 감축의 가장 핵심 요소인 산업별 계획이 쏙 빠져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중장기 감축목표나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적합한 감축방식을 마련하는 것은 내년 말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에 대한 정부 부처별 입장 차도 큰 데다 관건은 산업별 온실가스 감축 계획인데, 산업계 차원의 자발적인 이해관계 조정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의 이서원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를 많이 준비한 유럽국가처럼 국가 차원의 로드맵이 없어 기업들이 장기 전망을 세울 수가 없다”며 “대부분의 기업은 온실가스를 감축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철강이나 화학 산업 등 구체적인 산업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없어 국내에서 생산할지 외국으로 나갈지 탄소시장 배출권을 사들일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혼란은 정부 차원의 명확한 목표가 제시될 때까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철강·시멘트·화학 부문 등의 산업은 불확실성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보은 기자 spice7@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