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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째 시집 ‘사람이 그리워서’ 펴낸 김초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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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사람들 생활에서 얻은 단상"
“아내의 시에는 삶을 넓게 보는 초월성이 있어요.”

소설가 조정래(65)씨가 아내 김초혜(65·사진) 시인의 10번째 시집 ‘사람이 그리워서’(시학)에 대해 평한 말이다. 김 시인은 196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첫 시집 ‘떠돌이 별’(1984)부터 최근작 ‘고요에 기대어’(2006)까지 꾸준히 시를 써왔다. 이번 시집에는 간명한 시어에 관조적 인생관, 자연 예찬, 가족 사랑을 담았다.

김 시인은 시집을 펴내기 전 시 100여편을 남편 앞에서 낭송했다. 남편이 “어, 좋다”고 말하면 합격, “글쎄”라고 반응하면 탈락이다. 시집에 선별 수록된 70여 편의 시는 작가 조정래에게 미리 인정을 받은 셈이다.

“서로 냉혹한 감수자이지요. 저는 어느 평론가보다 남편에게 혹독해요. ‘이것도 소설이라고 썼어’라는 혹평까지 합니다. 남편은 제가 지적한 사항을 전부 바로잡습니다. 저도 최초의 독자인 남편 덕분에 좋은 시를 객관적으로 고를 수 있지요.”

하지만, 남편 조씨는 “난 시인이 못 돼 소설가가 된 사람”이라며 “감히 시인에게 원고를 고치라고 말할 수 없다”며 자세를 낮춘다. 그는 ‘누구에게라도 쉽고 감동적으로 읽힐 것’이란 기준으로 시를 평가할 뿐이다. 조씨는 “옛 시인 구양수는 일하는 사람에게 작품을 읽힌 뒤 반응이 없으면 찢어버렸다”면서 “아내의 시작(詩作)도 그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소리를 내면 깊은 강이 될 수 없다”(‘사랑’ 전문)

잠언 같은 문장으로 사랑의 본질을 표현한 시는 읽는 이의 마음에 빠르게 가닿을 수 있도록 간결하게 썼다.

“독자들이 내 시를 읽으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시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에서 얻은 단상이에요.”

시집엔 김 시인의 일상이 묻어난 친근한 시들이 눈에 띈다. ‘손자를 위하여’ ‘진짜 부자’ ‘시인 조재면’ 등에선 손자 사랑에 흠뻑 빠진 할머니의 심정이 드러나 있다. 그는 “젊은 땐 사랑받는 게 좋았으나, 이제는 손자 덕분에 사랑을 베푸는 즐거움에 산다”며 흐뭇해한다. 시집 표지의 ‘예술적’ 스케치는 여덟살 난 손자 재면이의 솜씨다.

“남편은 손자를 ‘신이 준 선물’이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신이 준 선물’보다 더 귀한 보물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