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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상대 '왕따' 소송에서 이긴 정국정씨, "당당히 사표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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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비리제보한 뒤 갖은 부당한 대우 겪다 해고된 뒤 8년간 법정투쟁
정국정씨가 대검찰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정씨는 최근 직장 왕따'손배소에서 승소했다.


“제가 요즘은 좀 웃게 되네요.  8년 전 해고당한 뒤 웃음을 완전히 잃고 살았는데…”

최근 LG전자를 상대로 ‘직장 왕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정국정(45.사진.서울 관악구 신림동)씨. 27일 서울 방배동 한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웃음을 되찾게 됐다며 악수를 청했다.

힘겨운 싸움을 이겨낸 탓인지 정씨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지난 2000년 시작된 여의도 LG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일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이었다.

“사법부에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걸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진실을 알아 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으니까요.”

정씨는 지난 1996년 회사 감사실에 ‘자재 가격에 관한 비리’를 제보할 때만 해도, 거대기업 LG전자와 8년이나 싸우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내 감사실 제보로 상사들의 눈 밖에 난 정씨는 과장 승진에 연거푸 탈락했고, 심사 결과에 항의하자 회사 측은 구조조정 대상자로 선정됐다. 정씨의 고독한 싸움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LG전자는 명예퇴직 권유에 응하지 않자 정씨를 대기발령하고  ‘왕따 작전’으로 대응했다. 일과 자리를 빼앗고 창가에 서 있으라거나,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직원들에게는 정씨와 절대로 대화를 하지 말라는 ‘왕따 메일’을 돌렸다. 정씨는  노사화합과 인화를 가장 큰 덕목으로 여긴다는 LG전자는 어처구니없는 처사에 참기  어려운 모멸감을 느껴야 했다.

 지난 2000년 정씨를 징계해고 한 회사 측은 1인 시위를 벌이는 정씨를 갖은 방법으로 회유하고 괴롭혔다.

<구자홍 전 LG전자 대표이사 집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는 정국정씨>
하지만, 지루한 싸움을 벌이던 정씨는 지난 15일 자신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이 ‘회사의 부당성을 인정하고 정씨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LG전자와 임직원은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

정씨에게 ‘달걀로 바위 치기’라는 대기업과의 싸움을 8년이나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진실은 언젠가 빛을 본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처음부터 독불장군처럼 행동했던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사람을 점점 궁지로 몰아가면서 진실을 왜곡하니까, 진실을 밝히겠다는 생각으로 대응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어느 누구라도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이면 쉽게 끝나지 않을 싸움에 뛰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정씨는 다음달 11일 ‘사법당국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저의 소원은 억울하게 쫓겨난 첫 직장 LG전자에 다시 돌아가, 당당하게 사표를 쓰고 회사를 걸어나오는 것입니다.” 그는 ‘작은 소원’이 이뤄질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며 두 손을 뿔 끈 쥐어 보였다.

신미연 기자 minerva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