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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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연정 ‘불안한 출범’

與 키바키 대통령·野 오딩가 총리 체제로… 각료 5대5 배분
케냐에서 ‘불안한 동거 정치’가 시작됐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권력분점을 놓고 극심한 갈등상황에 처했던 케냐 여야가 13일 연립내각 구성에 최종 합의했다.

음와이 키바키 케냐 대통령은 이날 야당인 오렌지민주운동(ODM) 지도자 라일라 오딩가를 총리로 임명하는 등 연립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키바키 대통령은 오딩가 신임 총리가 배석한 가운데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그동안 관용과 인내를 보여준 케냐 국민에게 감사한다”며 “케냐가 평화, 단결, 안정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임 장관들에게 "이제 당리당략을 떠나 정의를 수호하고 평화, 자유, 풍요가 넘치는 새로운 케냐를 건설하자”고 당부했다.

이번 내각 인선에서 집권당인 거국일치당(PNU)의 우후루 케냐타와 ODM의 무살리아 무다바디가 각각 부총리로 임명됐으며, 40개의 장관직도 5대 5의 비율로 여야에 배분됐다.

케냐에서는 지난해 12월27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과를 놓고 부정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1200여명의 사망자와 30여만명의 이재민을 낳은 유혈사태를 겪은 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재로 지난 2월28일 권력분점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한 달 보름여간 내각 규모와 장관직 배분 등을 놓고 여야가 대립해 왔다.

케냐는 지난 1, 2월의 유혈사태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6.9%에서 4.5∼6.0%로 하향 조정됐으며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관광국 이미지와 무역 중심국가로서의 위상에도 타격을 입었다.

미국은 케냐의 연립내각 구성에 대해 “정치 비극을 딛고 빠른 속도로 개혁에 착수할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케냐의 키바키 대통령과 오딩가 신임 총리 체제의 출범을 환영한다”며 두 지도자가 힘을 합해 국가 발전에 매진하는 한편 새로 임명된 연립내각 장관들도 정치 안정을 위해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동안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국제사회는 케냐 정부에 대해 “국가 차원의 화해와 협력이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는 한 원조를 중지할 것”이라고 압박하며 여야 권력분점을 촉구해왔다.

이상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