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설왕설래]정년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직업에도 유행이 있기 마련이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매년 남녀별 배우자의 직업 선호도를 조사해 발표한다. 당사자가 아닌 배우자의 직업에 대한 조사이지만 그 결과는 사회적인 흐름과 젊은이들의 의식을 반영하곤 한다.

미혼 남녀들의 배우자 직업 선호도가 몇 년 전부터 극적으로 변했다. 의사나 회계사 등 이른바 ‘사’자 돌림 직업이 십수년째 아성처럼 지켜왔던 1위 자리를 빼앗겼다. 공무원과 함께 ‘신이 내린 직장’이라 불리는 공사 직원이 1위로 떠오른 것이다. ‘월수입이 뻔한’ 직장이라도 정년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곳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10여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평생직업이라는 말이 더 익숙해졌다. 우리나라 20∼50대 직장인들은 자신의 예상 정년을 평균 48.4세로 여기는 것으로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최근 조사에서 밝혀졌다. 반면 희망하는 퇴직 시기는 62세였다. 현실과 희망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직업으로는 10만여가지가 있다. 신부 등 성직자에게도 정년은 있지만 정치인과 의사·변호사에게는 정년이 따로 없다. 자신이 하기 싫어 그만둘 때까지 할 수 있다. 공무원, 경찰, 군인, 교사의 정년은 법으로 정해져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직업 운동선수의 정년은 보통 30대 중반으로 간주된다. 정년에 이르기까지는 자신이 사회적 일을 놓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무리없이 일에 투자하는 황금 같은 시간이다. 50대는 일의 경험과 숙련도에서 원숙함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나이다. 그런데도 그 나이의 ‘퇴출’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평균 수명은 과거보다 엄청나게 늘었다. 2005년 현재 남녀 평균수명은 78세를 넘었다.

법원이 여성 패션모델의 정년은 만 35세라는 판결을 엊그제 내렸다. 화보 촬영을 하다 넘어져 숨진 그 모델의 부모는 딸이 살아있다면 60세까지 활동할 수 있다며 소송을 냈다고 한다. 법원은 현재 활동 중인 모델의 나이와 퇴직연령 등을 고루 참작했다 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정년을 67∼68세로 연장하는 추세다. 정년문제는 사회적 제도와 통념에 따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도 고령화시대에 접어든 만큼 정년 연장을 검토할 때가 아닌가 싶다.

박병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