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오른쪽)이 2004년 1월13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 만찬장에 들어서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나 2006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의 전직 대통령 청와대 초청행사에는 건강상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정부의 한 소식통은 17일 “노 전 대통령은 매우 희귀한 질환으로 소뇌의 크기가 점점 축소되는 증상인 일명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다”면서 “현재까지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고 밝혔다.
소뇌위축증은 운동신경 장애로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걷거나 똑바로 걸을 수 없는 게 특징이며 손발 운동장애, 안구 운동장애, 언어장애, 어지럼증세를 보인다.
심하면 보행 및 운동력 상실과 근육이 마비되며, 안구의 운동도 저하돼 나중에 실명에까지 이르고 청각을 잃을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현재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얼마 전 넘어져 머리를 다친 뒤 병원에서 45바늘을 꿰맨 것으로 알려졌다.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소뇌위축증으로 1000여명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명식 교수는 “소뇌위축증의 원인은 수십, 수백 가지로 굉장히 다양하다”면서 “유전에 의해 나타날 수도 있고, 암 환자에게도 발병할 수 있다. 항암치료를 하다가 항체가 생기면 소뇌가 암인 줄 알고 달라붙어서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고 수년간 투약 치료를 해왔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전범석 교수도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오는 퇴행성 질환의 일종으로 일부 환자의 경우 언어장애가 오는가 하면 현훈증(어지럼증)이 주기적으로 나타나 넘어져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가족 등 주변의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로 하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과 집을 오간지 꽤 오래됐다”고 전했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퇴임 후 알츠하이머 병을 앓다 일부 병력이 언론에 보도되자 2004년 자신의 병력을 공개해 국민적인 동정과 성원을 불러일으킨 전례가 있는데, 노 전 대통령 측이 병력을 공식적으로 밝힐지 주목된다.
박병진·유태영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