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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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원 외면하는 '나이키'

스포츠 후원 축구 등 돈되는 종목에 올인
아마는 올림픽 효자 태권도만 지원 생색
[스포츠월드] ‘아마추어 종목? 관심없어!’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110여일 앞두고 스포츠용품 글로벌 브랜드로 자부하는 나이키가 ‘우물 안 개구리’식 마케팅으로 맹비난을 받고 있다. 소위 ‘돈 되는’ 인기 종목을 통한 홍보에만 혈안이 된 채 아마추어 종목 지원은 나몰라라 해 비인기 종목 관계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나이키는 최근 미국 포틀랜드 본사에서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신발만 68종에 이른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한 션 맥도웰 신발 개발부문 이사는 “우리에게 메이저와 마이너 스포츠의 구분이 없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나이키코리아(대표이사 티모시 쉬린)에겐 엄연히 ‘메이저’ 종목만이 존재한다. 나이키코리아는 지난 해 10월 대한축구협회와 4년간 현금과 물품을 합해 대표팀에 490억원을 지원하는 초대형 계약을 했다. 야구와 농구도 후원하지만, 축구와 달리 대부분 현물이며 현금 지원은 미미하다. 가시적인 홍보 효과를 끌어내는 축구에 거액을 쏟아 부은 탓이다. 농구계의 한 관계자는 “나이키코리아가 농구 용품 매출이 떨어졌다며 재계약 때 후원 규모를 줄이려는 것을 간신히 현상 유지하는 정도로 맞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키가 지원하는 아마추어 대표팀은 태권도가 유일하다. 태권도는 비인기 스포츠 중에서 가장 금메달이 유력한 효자종목이다.

나이키는 포틀랜드 신제품 발표회 때 승마와 핸드볼, 양궁 등 다양한 종목의 신발을 선보였다고 떠들었지만 정작 해당 대표팀은 “신발 한 켤레 구경 못했다”며 코웃음쳤다. 비인기 종목의 한 관계자는 “나이키코리아가 소위 ‘돈 되는’ 종목에만 달려드는 건 다 알려진 사실 아니냐. 축구에 다 쏟아붓느라 바쁜 데 우리에게까지 신경 쓸 겨를이 있겠냐”고 비아냥댔다.

이에 반해 나이키의 경쟁업체인 아디다스는 역도, 유도, 테니스, 펜싱 등 비인기종목 대표팀에 용품 일체를 지원한다. 아디다스 한 관계자는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선 유니폼에 후원 업체 로고를 넣지 못하게 되어 있어 사실 올림픽을 통한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며 “하지만 비록 효과가 떨어지더라도 아마추어 종목 지원은 계속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디다스 외에도 국내 브랜드 르까프는 벌써 20년째 양궁 국가대표팀에 용품을 무상 지원하며 선수들의 사기와 경기력을 끌어올려 훈훈함을 안겨주고 있다. 나이키코리아가 글로벌 브랜드라는 보기좋은 허울만 둘러쓴 채 한국 아마 스포츠의 발전을 외면하고 있다.

조범자 기자 butyou@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