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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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유전자 재조합 식품의 안전성

윤지현 서울대 교수·식품영양학
“GM(유전자 재조합) 식품은 안전한가요?”, “유전자 재조합 옥수수로 만든 식품을 먹어도 별 탈이 없을까요?”, “유전자 재조합 식품이 몸에 해로운가요?”

지난 두어 달간 나를 곤혹스럽게 했던 질문들이다. 처음에는 이리 빼고 저리 도망 다니며 “전공이 아니어서 잘 모른다”는 핑계로 위기를 피해 갔다. 하지만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느끼는 사명감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도록 나를 몰아세웠다.

나의 ‘GM 탐험’ 작업은 그래서 시작됐다. 관련 자료를 뒤적이고 동료 교수들과 대화를 나눴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았다. 유전자 재조합 식품과 관련한 이슈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거대했던 까닭이다. 식품으로서의 안전성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이 여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이들 농산물 대량생산을 둘러싼 기술 보유국과 미보유국 간의 문제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결국, 주제를 ‘내 아이에게 유전자 재조합 식품을 먹일 것인가?’로 좁히고서야 고난의 탐험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여정 끝에 내린 결론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안전성 심사를 통과한 유전자 재조합 식품이라면 내 아이에게 먹이는 것이 불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현재 식약청은 FAO(식량농업기구)와 WHO(세계보건기구)가 공동으로 설립한 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의 기준에 따라 유전자 재조합 식품의 안전성을 엄격히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전자 재조합 옥수수를 심사하는 경우 기존의 옥수수와 비교해 같은 성분은 안전하다고 판단하며,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삽입한 유전자와 그 산물인 단백질의 안전성을 평가한다. 즉, 새로운 성분이 독성을 가지는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등을 실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후, 실험 결과와 함께 각종 문헌자료를 토대로 식약청 내외부 전문가 20명으로 이루어진 ‘유전자재조합 안전성 심사위원회’가 해당 옥수수의 안전성에 대한 종합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래서 이런 절차를 걸쳐 승인된 유전자 재조합 식품은 최신의 과학기술로 평가할 때 기존의 식품과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이 같은 안정성 평가 결과를 부정한다는 행위는 적어도 내 입장에서 볼 때 식약청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유전자 재조합 식품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의 과학기술로 답할 수 없는 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식품을 먹은 지 10년이 넘는 기간 아직 인체에 위해가 발생했다는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문제는 앞으로 10년, 아니 100년 후에도 그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세계적인 석학조차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문용어로는 ‘역사적 안전성’이라 일컫는 이러한 질문은 지금의 과학적 증거만으로는 확실히 예측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식약청과 같은 책임 기관은 국민의 식탁을 방어하는 마지노선으로서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내가 WHO의 홈페이지에서 찾은 유전자 재조합 식품에 관한 문답은 광우병 파동으로 놀란 국민의 가슴을 조금은 쓸어내려줄 수 있을 듯싶다.

문: “유전자 재조합 식품은 먹어도 안전한가요?”

답: “다양한 유전자 재조합 식품이 개발되고 있으므로, 모든 유전자 재조합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일괄적으로 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국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유전자 재조합 식품은 안전성 평가를 통과한 식품으로,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윤지현 서울대 교수·식품영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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