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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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나도 눈물 난다” 눈시울 붉혀

“아픔과 어려움 함께 하기 위해 이곳 왔다”
당국자에 복구대책 물으며 피해상황 살펴
우리 공군 구호품 수송…현지인 감사표시
고통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지진 피해 지역인 중국 쓰촨성 두장옌시의 이재민촌 임시학교에서 한 어린이를 들어올리며 함께 웃고 있다.

두장옌=허정호 기자
“나도 눈물이 난다.”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중국 쓰촨(四川)성 대지진 참사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오후 외국 정상으로는 쓰촨성 두장옌(都江堰)시를 처음 찾은 이 대통령은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피해 주민들을 위로했다. 쓰촨성 청두(成都)에서 1시간여 떨어진 두장옌은 지진피해가 가장 큰 지역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먼저 중국 런민(人民)은행 건물이 무너진 자리에 도착해 “도시가 완전히 비었다”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한 뒤 두장옌시 당국자에게 복구 대책 등을 물었다. 이 대통령은 200여m를 걸으며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에도 들어가 피해 현장을 살폈다. 인근 주민들에게 “중국이 가까운 이웃인 데다 베이징에서 환대를 받았는데 그냥 안 들르고 가기가 마음 편치 않아 들렀다”며 “빨리 복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10여분 거리의 이재민촌을 찾아 이재민들을 일일이 격려했고, 간이병원, 간이학교, 우리 측 구호물품 전시장소도 꼼꼼히 살폈다. 현지 주민들은 “한국에서 지원해 줘서 정말로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고, 이 대통령은 “고생이 많다”며 주민들의 어깨를 다독였다. 특히 간이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 50여명으로부터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이 대통령이 ‘어디서 왔느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학생들은 일제히 ‘대통령 할아버지’를 외치면서 박수로 환영했고, 빨간 스카프를 선물했다.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빨간 스카프를 목에 두른 채 4, 5명의 아이들을 차례로 껴안아 주며 볼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재민촌을 떠나면서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국민을 대표해 크게 위로를 드린다. 여러분이 희망과 용기를 갖길 바란다”며 “중국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쳐 도와주고 있으므로 큰 힘이 될 것이다. 저희도 여러분을 사랑하고 위로하며 돕도록 하겠다”고 적었다.

앞서 두장옌으로 가기 위해 칭다오(靑島)에서 청두로 날아간 이 대통령은 공항에서 쓰촨성 장쥐펑(蔣巨峰) 성장의 영접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장 성장이 눈물을 글썽이며 “이 대통령이 방문해 준 데 대해 쓰촨성 주민을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하자 “하루빨리 복구하길 바란다. 나도 눈물이 난다”고 위로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전날 구호물품을 싣고 중국 내륙에 도착한 우리 공군 수송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중국이 우리 군 수송기를 받아들인 것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인도적 차원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과거 인적 교류 차원에서 군 수송기가 중국에 들어온 적은 있으나 군사작전이나 물자운송 등 군 활동을 위해 중국 땅에 착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피해 현장에서 한승수 총리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후속지원책 마련을 지시했다.

두장옌=공동취재단, 허범구 기자

hbk10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