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怪談).’ 민간설화로 전해지거나 문학 등에서 다루는 괴이한 이야기를 뜻한다. 블로그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운영자 송준의(26)씨는 괴담만 수집하는 괴담 전문가이다. ‘글을 퍼가실 때 사이트 주소도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사다코(공포영화 ‘링’의 귀신)가 보고 있습니다’라고 경고문구를 적어 놓은 이 서늘한 블로그의 하루 방문자는 6000∼7000명, 여름에는 하루 최고 5만명까지 불어난다. 여름을 코앞에 둔 지난달 29일 세계일보 인터뷰실에서 그를 만났다.
―괴담을 어떻게 모으나.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많이 나온다. 시대에 따라 살이 덧붙여지며 파생된 이야기를 수집한다. 유명한 ‘빨간마스크’ 이야기를 예로 들면 옛날에는 이발사의 실수로 입이 찢어졌다는 얘기가 원조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성형에 실패해서 입이 찢어진 것으로 바뀌었다. 남자친구 ‘파란마스크’도 등장했다. 이런 종류의 괴담 수요층은 초등학생인데, 요즘 초등학생은 이성친구를 사귀지 않나.”
―직접 들은 이야기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전문잡지 ‘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일본), ‘괴’(일본), 인터넷 등도 찾아본다. 일본에는 전문잡지가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괴담을 좋아하는 편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괴담 자체의 매력이 없다기보다는 문화의 획일화 때문에 장르 문화의 인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덜한 것 같다. 종교적인 문제도 있다. 일본이 애니미즘으로 대표되는 민간신앙과 다양한 귀신을 믿는 종교문화를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유일신이 있는 종교문화가 주류를 이룬다. 유교문화의 영향도 있다. 공자는 ‘지식인은 괴력난신(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존재나 현상)을 논하지 않는다’고 훈계했다.”
어려서부터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을 좋아했던 송씨는 2003년부터 온라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2004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며 사람들과 온갖 괴이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누구든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학교괴담’이나 ‘군대괴담’부터 방문자에게 직접 투고를 받아 송씨의 글로 다듬어 내놓는 ‘실화괴담’ 등 여러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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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를 운영하며 괴담과 직접 만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송준의씨. 남제현 기자 |
―괴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장르에 상관없이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서 수집하고 남들에게 많이 이야기해 주었다. 특히 괴담은 사회현상을 잘 반영하기 때문에 괴담에 점차 빠져들게 됐다. 괴담이 주는 공포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 중 가장 원초적 감정인 생존본능과 관련돼 있는 것도 매력이다.”
―현재 대학생치고 적은 나이는 아닌데.
“그간 휴학을 많이 했다. 이때 여러 가지 일도 하고 해외여행도 갔다. 일본 갔을 때는 일본의 유명 심령스팟(심령현상이 일어나는 장소)과 테마파크의 유령의 집에 가봤다. 괴담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시장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일본의 한 유령의 집을 운영하는 사람의 꿈은 유령의 집만 있는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었다.”
괴담은 사실 글보다는 적절한 추임새를 곁들인 말로 접하는 게 맛깔나다. 말재주가 없는 송씨는 무서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조금씩 찾아나갔다.
3줄 안에 독자를 사로잡지 못하면 읽히지 않는다는 법칙은 블로그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짧지만 여운이 남는 그의 괴담은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 특히 ‘퍼나르기’와 구독이 쉬운 블로그라는 매체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괴담의 특성과 딱 맞아떨어졌다.
―블로거로서 유명해진 계기가 있나.
“꼭 그런 건 없다. 내 블로그 주제가 사회적 이슈를 반영해서 쓸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인기 키워드 하나로 방문자를 끌어들이는 다른 블로그와 다르다. 방송에도 몇 번 출연했지만 블로그 주소가 함께 소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의 영향으로 방문자가 확 늘어나지는 않는다. 대신 방문자 수에 신경 쓰지 않고 콘텐츠를 꾸준히 쌓았다. 그러다 보니 본 사람들의 소문을 듣고 방문자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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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괴담 블로그로 꼽히는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에서 지역별로 괴담을 분류한 ‘괴담 대동여지도’ 카테고리 모습. |
―여러 사람이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는 괴담의 특성에 따라 카페나 팀 블로그 등 다른 형태에 대한 고민은 안 해봤나.
“처음에는 홈페이지 같은 커뮤니티를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 그러다가 콘텐츠를 쉽게 배포·구독할 수 있는 블로그의 ‘RSS’라는 포맷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주는 구비문학 괴담이라는 속성과 맞아 블로그로 바꿨다. 팀블로그를 권유한 사람도 많지만 여러 사람이 끼어들다 보면 지금까지 블로그에서 만들어온 스타일을 해칠 것 같아 하지 않았다. 무서운 이야기를 모은 사이트마다 고유의 분위기가 있는데 그것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괴담을 찬찬히 뜯어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시대별, 국가나 지역별로 여러 형태로 달라진다. 같은 이야기라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시대상을 반영해 재창조되는 것이다. ‘괴담의 사회학’이라 할 만하다.
―블로그에서 지역별로 괴담을 분류한 ‘괴담 대동여지도’ 카테고리가 흥미로웠다.
“비슷한 이야기가 전라도 버전과 경상도 버전 식으로 지역별로 다른 것이 있다. 지명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아직 많지는 않지만 많은 이야기가 모이면 실제 사진이나 도깨비 여행기 같은 것을 곁들여 기획물을 써볼 생각이다.”
―한·미·일 귀신을 비교한다면.
“귀신만 봐도 국민성이 드러난다. 일단 일본은 ‘묻지마 살인’과 같은 욱하는 범죄가 많아서 귀신도 이를 닮았다. ‘링’의 사다코도 비디오를 보지 않으면 죽는다는 식으로 무차별적이다. 반면 우리나라 귀신은 화가 나도 원한이 맺힌 당사자에게 복수하지 무차별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미국 괴담에는 귀신보다는 몬스터, 살인마가 자주 등장한다. 인디언이 살던 땅을 빼앗아 만든 나라이기 때문인지 자기도 언젠가 당하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반영된 것 같다.”
―직접 창작도 하나.
“많이 하는 편이다. 블로그의 ‘도시괴담’ 카테고리에는 창작 글이 올라가 있다. 네티즌에게 투고를 받아 올리는 투고 괴담도 내 스타일대로 수정을 거친다. 고전 괴담이지만 요즘 트렌드에 맞게 추가하는 새 버전도 있다. 내가 새로운 괴담의 유포자가 되는 것이다. 또 방문자 댓글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사람들이 그런 부분을 좋아하는 것 같다. 1인 블로그지만 자기 얘기를 펼칠 수 있고 이야기를 함께 만들며 소통의 장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의 꿈은.
“전방위 공포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공포물, 괴담을 쓰고 그걸 디자인해서 전시회를 하거나 또 다른 형태의 창작물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에는 유명한 괴기소설가 교고쿠 나츠히코가 있다. 일본요괴협회 회장이기도 한데 본업은 디자이너이다. 디자인 사무소 운영하면서 소설도 쓴다. 나에게 매체는 연필이냐 볼펜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기획취재팀=김용출·김태훈·김보은·백소용 기자
kimgija@segye.com
프로필
● 1982년 12월23일 서울 출생
● 2002년 계원조형예술대학 그래픽디자인과 입학, 재학 중
● 2006년 인디애니메이션영화제 다락 웹기획팀장
● 2006년 베스트 블로그·미니홈피 콘테스트 네티즌 특별상 수상(한국정보문화진흥원)
● “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2007년) 등 저술
● 1남1녀 중 장남
송준의가 제안하는 좋은 블로거가 되기 위한 팁
1. 일관성 있게 글을 올린다.
2. 꾸준히 운영한다.
3. 가독성을 위해 간결하게 디자인한다.
4. 타인의 의견을 존중한다.
5. 자신을 위해 운영한다.
● 1982년 12월23일 서울 출생
● 2002년 계원조형예술대학 그래픽디자인과 입학, 재학 중
● 2006년 인디애니메이션영화제 다락 웹기획팀장
● 2006년 베스트 블로그·미니홈피 콘테스트 네티즌 특별상 수상(한국정보문화진흥원)
● “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2007년) 등 저술
● 1남1녀 중 장남
송준의가 제안하는 좋은 블로거가 되기 위한 팁
1. 일관성 있게 글을 올린다.
2. 꾸준히 운영한다.
3. 가독성을 위해 간결하게 디자인한다.
4. 타인의 의견을 존중한다.
5. 자신을 위해 운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