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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여성] 안니발레 카라치 -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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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나타난 '두번째 사랑'… 받아들일까, 말까?
안니발레 카라치. 이탈리아 바로크 회화의 개척자 중 한 사람으로 깊은 공간감과 극적인 광선을 사용한 표현력이 출중한 화가이다. 그의 작품 중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에서는 자연미를 극대화한 생동감이 잘 나타나있다. 청혼하는 남성의 밝고 역동적인 구애 동작과 등을 돌린 여인의 소극적 자세가 어색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보석이 찬란히 박혀있는 왕관으로 사랑을 고백받는 부러움의 대상일진대, 대체 그녀의 망설임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낙소스의 아리아드네’에는 이야기의 전말이 담겨있다. 크레타섬의 아리아드네 공주는 영웅 테세우스와의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괴물이 된 친오빠 미로타우로스를 처치하도록 실타래를 건네준 사랑에 눈먼 여인이다. 그러나 테세우스는 잔인하게도 그녀를 낙소스 섬에 버리고 몰래 떠나버린다. 잠에서 깨어나 홀로 버려짐을 깨달은 그녀가 실성하여 머리를 풀어헤치고 울부짖던 중, 북과 심벌즈 소리와 함께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출현하였다. 갑자기 들이닥친 디오니소스를 죽음의 신으로 착각한 아리아드네는 자신을 죽음의 나라로 데려가 달라고 디오니소스에게 몸을 던졌다. 아름답고 상심에 잠긴 아리아드네를 본 순간 디오니소스의 사랑이 첫눈에 끓어오르고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당신이 내 품에서 죽는 것보다 저 하늘의 별이 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고백과 함께 디오니소스가 왕관을 하늘로 던지자 북쪽 왕관자리가 탄생했다고 한다.

그림 속에 나타난 아리아드네의 망설임은 지난 사랑의 상처가 미처 아물지 않은 채로 두 번째 사랑이 불쑥 나타났을 때의 당혹함을 담으려던 화가의 의도였는지 모른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불 같은 사랑이 막을 내렸을 때, 홀로된 이들을 휘감는 지독한 외로움의 고통은 가히 죽음의 무게에 비견되곤 한다. 달콤했던 기억들과 영원하자던 맹세들… 그런데 희한하게도 홀로된 이들은 곧 두 번째 사랑을 만난다. 너 없이 살 수 있을 거라더니…

사랑을 위해 친오빠와 조국을 버렸던 공주, 아리아드네처럼 사랑이 충만한 여인은 마치 연료를 채우듯 공허한 심장에 사랑을 채워 넣어 살아간다. 사랑이 없이 산다는 것은 이들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금슬이 좋았던 부부일수록 사별 후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 것일 게다.

반면, 두 번째 사랑은 신중함과 노련함이 더해져, 더욱 온전한 모습의 사랑이 된다고들 한다. 사랑과 이별도 거듭할수록 학습효과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타인과 자아에 대한 이해를 가능케 하는데 이만큼 좋은 경험이 있을까?

심형보 바람성형외과원장
어느 영화 속에서 과거에 자신이 냉정하게 사랑을 외면한 것을 후회하여 다시 옛사랑을 찾아가기로 하였다. 현재의 연인에게 다시 옛사랑을 찾아가겠노라 말을 하자 연인은 ‘추억은 아무런 힘이 없어요’라고 응수한다. 첫사랑이 두 번째 사랑보다 노련할 수 없고, 반대로 두 번째 사랑은 첫사랑만큼 설렐 수 없다. 추억은 아름답지만, 현재의 설렘처럼 미래를 꿈꾸게 하지는 않는다. 전편보다 더 잘 만들어진 후속편을 보기가 어렵다는 말은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사랑이 몇 번째 찾아온 사랑이든지 첫사랑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