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가 포함된 모든 음식에 대해 오늘부터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된다. 농산물품질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돼 그간 적용 대상에서 빠졌던 100㎡ 미만의 소형 음식점은 물론 학교와 기업 등 집단급식소도 소고기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취급 업소가 전국에 100만곳이 넘고 행정단속인원은 600여명에 불과한 데다 표시 방법도 복잡해 제대로 지켜질지 걱정이다.
정부가 소고기 원산지 표시 대상을 확대한 것은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막상 시행을 앞두게 되자 정부는 “그 많은 식당을 모두 단속할 수도 없고, 단속해서도 안 된다”며 한발 뒤로 빼는 모습이다. 행정단속 대상과 업무량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셈이다. 촛불시위가 확산되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실효성을 헤아려보지도 않고 대책부터 서둘러 내놓았음을 엿볼 수 있다.
미국산이 국내산이나 다른 외국산으로 둔갑하는 걸 막기 위한 원산지표시제는 한우농가를 보호하는 안전장치인 동시에 국민이 ‘알고 먹을’ 최소한의 권리다. 소고기 파동이 없었더라도 원산지 표시는 어차피 강화해야 할 사안이었다. 표시 방법이 복잡하다거나 원산지를 증빙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속이거나 표시를 게을리 해서는 곤란하다. 먹을거리 불안이 최고조에 달한 현 시점에서 정부 의지가 후퇴하거나 규정 위반을 방치하면 사회적으로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소규모 음식점의 현실적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제도에 불만을 느껴 지키지 않는다면 안전한 먹을거리와 국민건강이 보장되겠는가.
절대 부족한 단속인원으로 모든 음식점을 효과적으로 관리·단속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안전한 식탁을 지키는 일은 행정력에만 의존할 수 없다. 소고기를 속여 파는 행위를 감시하고 신고하는 건전한 소비자의식이야말로 원산지표시제를 정착시키는 최상의 방책이다. 모범업소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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