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盧 前대통령, 靑 기록물 반환결정…법적 시비 휘말릴까 부담

법적 시비 휘말릴까 부담…열람권 보장은 거듭 제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16일 정부의 열람권 보장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임 시절 청와대 기록물을 반환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은 자신의 참모들이 법적 시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나를 괴롭히거나 고발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내가 지시하고 결정한 일을 놓고 부하 직원을 고발하고 괴롭히는 것만은 인간적으로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청와대를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청와대 측이 “노 전 대통령이 아니라 비서진 8명을 고발하겠다”고 밝힌 것이 직접적인 입장 선회 이유인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올린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모두 내가 지시해서 생겨난 일이니 나에게 책임을 묻되, 힘없는 실무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없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열람권 보장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 그는 “기록을 보고 싶을 때마다 전직 대통령이 천리길을 달려 국가기록원으로 가야 합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정보화 시대에 맞는 열람의 방법입니까”라고 반문하면서 “내가 볼 수 있게 돼 있는 나의 국정기록을 보는 게 왜 그렇게 못마땅한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이명박 대통령이 (나를) 만날 때마다, (나와) 전화할 때마다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 하나만큼은 전통을 확실히 세우겠다’고 먼저 말해서 그 말을 믿고 저번에 전화를 드렸는데 ‘보도를 보고 비로소 알았다’고 했다”면서 이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한 뒤 “지금도 내가 처한 상황을 믿을 수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을 오해해도 크게 오해한 것 같다”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번 파문에 대해서는 “지금은 대통령 참모들이 전직 대통령과 정치게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공작에는 밝으나 정치를 모르는 참모들이 쓴 정치소설은 전혀 근거 없는 공상소설”이라며 ‘정치게임’ ‘공상소설’로 규정했다.

청와대 측이 이날 노 전 대통령의 반환 의사에 대해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고발 유보 입장을 밝히면서 신·구 권력 간 갈등은 수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 측이 기록물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검찰 고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고, 노 전 대통령 측에서도 열람권 보장 조치를 계속 요구할 방침이어서 양측의 다툼이 재연할 소지도 있다.

노 전 대통령 측 김경수 비서관은 “국가기록원이 기록물을 회수해 가더라도 대통령의 열람권 보장 협의에 적극 임해야 한다”며 “당분간 청와대와 기록원의 태도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