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시중의 미소만 미소랴. 한국 근·현대의 불교를 이끌었던 선지식도 중생 제도를 위해 한 없는 자비의 웃음을 날렸다. 그러한 웃음을 선가(禪家)에서는 ‘황금털사자(金毛獅子)의 미소’라고 일컫는다. '황금털사자'란 존재의 모습을 표현하는 인간의 한계를 드러낸 뜻이리라. 선사들은 삶 속에서는 물론, 법문에서, 제자 사랑에서 그 미소를 강물처럼 쏟아냈다. 이것이 노래로 우러 나오니 바로 선시(禪詩)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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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윗줄 왼쪽부터) 효봉 혜암 한암 학명 스님, (둘쨋줄) 용성 만해 만공 동산 스님,(셋쨋줄) 고암 경허 경봉 만암 스임. 모두가 근현대 한국불교를 풍미했던 선지식들이다. |
‘황금털 사자의 미미소’(송준영 지음, 여시아문 펴냄)는 한국 근현대 선사들의 선시를 씨줄로, 이들의 삶과 수행을 날줄로 해서 이들 고승들의 진면목을 다루고 있다. 한국불교 근대 중흥조 경허 스님을 비롯해 용성·학명·만공·한암·만암·만해·효봉·혜암·동산·경봉·고암 스님 등 12명의 걸승이 그 주인공이다.
그동안 이들 선사를 개별적으로 다룬 저서도 많았고, 또는 모두를 한곳에 옮겨놓은 책도 적지 않았다. 이 책이 주목받는 것은 선사들의 자취가 오랜 시간 구전되다보니 더러는 뒤섞이기도 하고, 어느 것이 어느 분의 행장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려운 진 측면도 있었는 데, 이것을 잘 정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현재 계간 ‘시와 세계’ 발행인겸 주간으로 있는 지은이가 18세때 선문에 든 이후 동암·탄허·고송·성철·서옹 스님 등 여러 고승들을 만나고, 특히 서옹 선사에게서는 7년간 7차례나 의문나는 점을 물었고, 그 답을 얻어냈기에 가능했다.
선시를 통해 선사들의 생애를 조망하는 것은 참으로 신선한 시도다. 하지만, 선시에 대한 문학적 이해가 없어도 가능할까. 지은이는 이면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반 시와 선시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다만 선시는 중생을 눈뜨게 하는 한 방편으로 읊어졌다는 데 차이점을 둔다. 본래면목을 보여주기 위한 선시 고유의 수사학(修辭學)이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이 보여주고자 했던 새로운 상상의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선시여서 크게 어려울 것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선시를 이해하다보면 조사들의 선풍은 물론, 실험적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를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책에는 12명 선사들의 게송, 법어나 소참법문, 직접 쓴 서간문, 투고글, 대담, 각 선사들의 법맥, 행장, 연보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가능한 문도회에서 만든 어록이나, 학자들의 근거 있는 기록, 인용할 가치가 있는 자료 중심으로 묶었다고 한다.
경허 스님의 ‘졸음’ ‘돌사람’ ‘심우송’ 등 게송은 제목만 들어도 다정다감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 내용을 파고들면 극도로 탈속된 담담한 경지를 보여준다. 만해 스님이 학명 선사의 깨침에 대해 준 지어준 게송(일에 다다르면 고생이 많고/사람을 만나면 이별이 있다/원래 세상이치 이러하니/남아라면 ‘이것’ 마음대로 살라·臨事多難處/逢人足別離/世道固如此/男兒任所之)은 수선납자의 목숨을 빼앗을만큼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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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고승들의 선시집인 '황금털사자의 미미소'표지. |
본래 선시는 인도의 ‘가테(gata)’가 중국으로 들어와 ‘게(偈)’로 음사되었다고 한다. ‘가테’는 언어를 빌려 언어 밖의 현묘한 이치를 읊은 것. 이 게가 본래 있었던 ‘송(頌)’과 합쳐져 게송이 된 것이다. 지은이는 선시가 시라는 장르에서 발전된 것이라기 보다는, 선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를 차용한 성격이 짙다고 본다. 그래서 선시를 문학이라는 장르에 가두지 말고, ‘선문화에 대한 진검, 혹은 지혜의 검’으로 승화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선시에 대한 해박한 이해며, 고승들의 진면목에 대한 깔끔한 정리가 돋보인다.
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