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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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아테네 악몽’ 金빛으로 날린다

태권도 황경선 女 67㎏급 최강자로 ‘우뚝’

유 도 장성호 세번째 도전 ‘마지막 투혼’

체 조 양태영 “오심에 뺏긴 金 되찾을 것”
◇태권도 황경선                      ◇유도 장성호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한마당인 베이징올림픽이 마침내 막을 올린다. 이번 올림픽에 한국은 25개 종목 267명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모두 메달 획득을 목표로 굵은 땀방울을 흘렸지만 남다른 이유로 유독 4년을 와신상담한 선수들이 있다.

태권도 여자 67㎏급 황경선(22·한체대·174㎝)은 2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태권도는 금메달을 따야 본전이라는 ‘편견’에 따르자면 황경선은 아테네올림픽에서 동메달에 그쳐 본전도 못 했다. 당시 중국 루웨이에게 16강전에서 져 패자부활전 끝에 간신히 체면을 유지했다. 금메달에 대한 주위의 기대감은 18살 고등학생 신분으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4년이 흐른 지금 황경선은 완전히 달라졌다. 황경선은 아테네올림픽 이후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2005, 2007년)를 달성하며 체급 최강자로 우뚝 섰다. 베이징올림픽 국내 1, 2차 선발전에선 모두 1위를 차지해 일찌감치 베이징행 티켓을 확정, ‘아테네의 한’을 풀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황경선은 “아테네 때는 정신이 없었지만 베이징에선 다른 모습을 기대하라”며 “체격이 좋은 유럽 선수들이 경계 대상이지만 그동안 쌓은 경험을 잘 살려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밝혔다.

유도 남자 100㎏급 장성호(30)는 벌써 세 번째 올림픽이다. 장성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2회전 탈락했지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선 은메달을 수확했다. 선수 생명이 비교적 짧은 유도에서 한 번도 나가기 어려운 올림픽 무대를 3회 연속 밟는 것만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이제 장성호에게 필요한 건 금메달이다.

물론 서른에 접어든 장성호의 몸상태는 예전같지 않다. 지난 5월 대표선발전에서 늑골 부상을 당한 장성호는 지금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태릉선수촌에서도 발목과 손가락 등에 항상 테이핑을 한 채 훈련을 소화했다.

장성호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자산은 노련미다. 장성호는 “잔부상 때문에 훈련 때 많이 힘들었다”면서도 “상대 공격을 받아치는 등 경험을 잘 살려 노련한 경기운용으로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투혼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체조 남자 양태영(28·포스코건설)은 아직도 4년 전 기억이 생생하다. 양태영은 아테네올림픽 체조 남자 개인종합 결선에서 이른바 ‘양태영 오심 사건’으로 금메달을 미국의 폴 햄에게 도둑 맞았다.

양태영은 이 때문에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한 치의 오차 없는 완벽한 기술을 구사하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아테네올림픽에서 ‘눈 뜨고 코 베인’ 경험을 되새겨 오심의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양태영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완벽한 연기만이 금메달로 가는 길”이라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운까지 따른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정필 기자 fermat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