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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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부채비율 96%… 재무구조 양호

일부 中企·건설업체는 유동성 위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몰고올 최악의 시나리오에는 실물시장의 붕괴가 포함된다. 특히 미국의 위기 충격은 우리나라에 더 가장 빠르고 거세게 전달되고 있다. 과연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 닥칠 충격파를 견딜 수 있을까.

국내 기업의 전반적인 재무구조는 일단 건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과거 몇 년간 국내 기업은 보수적으로 운영돼 재무구조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건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추이를 살펴보면 ‘슬금슬금 악화 중’인 상태다. 한국은행이 국내 상장법인 1578개 업체의 2분기 기업경영분석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은 100% 아래인 96.4%로 양호한 상태다. 그러나 부채비율은 3분기 연속 오름세를 보여 2004년 1분기 98.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비제조업의 부채비율은 101.9%로 전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100%를 넘어섰다. 제조업체 중 부채비율 100% 이하의 우량업체 비중은 59.5%. 1분기(59.9%)보다 약간 감소했다.

기업들의 차입금 의존도도 3월 말(22.2%)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차입금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자기자본비율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54.1%에 달했던 자기자본비율은 4분기 53.6%, 올 1분기 51.7%로 떨어진 뒤 2분기에는 50.9%로 건전성 기준 척도인 50%에 턱걸이했다. 각종 지표가 아직 위험수위에 다다르지는 않았지만 곳곳에서 좋지 않은 조짐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몇몇 대기업의 유동성 위기설과 한계상황에 봉착한 중소기업, 건설업체의 도산 가능성이다.

외환위기 이후 내실 쌓기에 주력한 주요 그룹은 확보해 둔 현금도 충분하고 부채상태도 양호하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한 일부 대기업과 대외여건 악화·내수경기 침체의 이중고로 재무구조가 부실해진 중소기업이 이번 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