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경영진의 고액 연봉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증권사 경영진의 몸값은 과거 2∼3년 사이 주가 상승에 편승, 가파르게 올랐다. 최근에는 증권사 설립 붐까지 일면서 이들의 몸값은 금값이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곤두박질하면서 “그렇게 많은 돈을 받을 만한가”라는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주가 하락에 빈털터리 신세로 변하는 투자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월가 최고경영자(CEO)의 천문학적 연봉이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과 비슷하다.
증권사 임원의 연봉은 미국 월가의 CEO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타 업종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다. 금융가에서는 “투자자의 손실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액 연봉을 챙기는 증권사 경영진은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 임원 연봉 5억원 웃돌아=금융감독원은 2일 작년 23개 상장 증권사의 임원 연봉이 평균 5억2100만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2006년 4억3400만원보다 9000만원가량 불어난 액수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이 사내이사 기준으로 12억4900만원을 기록, 수위를 차지했다. 메리츠도 11억9046만원으로 10억원을 웃돌았다. 이어 신영증권이 9억3750만원으로 3위를 기록했으며 ▲삼성 8억1200만원 ▲HMC투자 6억9900만원 ▲한화 6억4100만원 ▲대신 6억3400만원 ▲부국 6억1398만원 ▲SK증권은 6억694만원이었다. 이에 비해 한양, 유화, 교보 등 3곳은 1억원대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CEO만 따질 때 대부분 증권사가 10억원을 넘어선다.
그동안 증권업계는 일반 업종에 비해 과다한 연봉을 지급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작년 증권사 남자 직원의 평균연봉은 9900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했다. 전 업종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증권 업종 남녀 직원 평균연봉은 섬유업종의 2.5배에 달했다.
자산운용사 임원 연봉의 경우 수탁고 기준 상위 10개사는 작년에 평균 3억8000만원에 달했다. 2006년보다 85.5%나 늘어난 액수다.
국내 증권업계 임원 연봉은 미국 월가에 비하면 아직 적은 편이다. 최근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의 5대 투자은행(IB)으로 군림했던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등 5개 투자은행은 경영진에 지난 5년간 무려 31억달러(작년 말 환율 달러당 938원 기준 2조9078억원)를 임금으로 지급했다. 골드만삭스가 8억5900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고액연봉에 따가운 눈총=최근 1년 새 세계 증시침체로 투자자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증권사의 고액연봉에 따가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별다른 실력이나 성과도 없이 고액연봉만 챙기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고객 고통에는 ‘나 몰라라’ 하면서 자기 잇속만 챙긴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사 한 대표는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CEO들이 영입되면서 증권사 임직원의 연봉에도 덩달아 거품이 생겼다”며 “증권업계 임직원은 연봉에 합당한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투자자들에게 손실만 안겨줬고 무능함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다 금융당국이 무더기로 신설 증권사를 허용, 몸값 경쟁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난립으로 스카우트 열풍까지 불면서 연봉거품이 부풀 대로 부풀었다.
주춘렬 기자 cljoo@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