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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 중소기업도 '줄도산 공포'…"내일도 기약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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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헤지 손실 3조… 8월 신설법인 26% 줄어
#1. 연매출 1000억원대의 무역업체 자금담당 박모 이사는 정부의 키코 대책을 믿고 은행을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 은행 담당자로부터 “본점으로부터 아무런 이야기가 없으며, 지원이 언제 될지 모른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키코 사태 이후 매일 금융감독기관 등에서 실태를 조사받았지만 지원은 ‘강 건너 불구경’인 듯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 중견 완구업체 B사의 사장 김모씨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한다. 올해 원자재가격 상승과 내수침체로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4.8%로 은행에서 빌린 20억원은 이자율이 8%대로 치솟아 자금난을 부추기고 있다. 김씨는 “요즘엔 이자 내기도 버겁다”며 “회사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소기업이 ‘첩첩산중 악재’에 빠지며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올 들어 고유가와 원자재가 폭등으로 휘청거리던 중소기업들이 최근 ‘환율 폭탄’과 키코 사태를 맞으면서 그로기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게다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국내외 경기불황으로 수출과 내수가 동반 침체되는 상황에서, 금융경색으로 돈줄까지 마르고 있어 ‘부도 도미노’의 공포까지 엄습하고 있다.

◆“IMF 사태보다 더 심각한 상황”=한 중소기업인은 “지금은 IMF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IMF 때는 건실한 중소 수출 기업은 그나마 살 만했다”면서 “지금은 키코 사태로 우량 중소기업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9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이달 초 키코 가입 중소기업 14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율이 100원씩 올라갈 때마다 이들 기업의 손실 규모는 3500억원씩 늘어난다. 따라서 환율이 1400원일 때 이들 기업의 피해액은 1조7679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또한 수출보험공사의 헤지 상품인 환변동보험에 가입한 중소기업 등이 환율 급등으로 올해에만 모두 1조2636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올해에만 ‘환헤지 폭탄’으로 3조원 가까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3조원의 피해는 가입 중소기업뿐 아니라 2차 피해로 확산될 우려가 높아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피해 기업과 2차 벤더(하청기업) 관계에 있는 기업이 1만곳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는 실정이다. 이날 정부가 키코 피해기업에 300억원을 긴급 투입키로 하는 등 추가대책을 발표했지만 업계에선 ‘언 발에 오줌 누기’로 보고 있다.

◆“돈 가뭄에 한 치 앞도 안 보여”=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전이된 실물경제의 침체가 중소기업의 목줄을 죄어가고 있다. 실물경제의 침체는 당장 수출과 내수 감소로 기업의 경영 악화를 초래하고, 유동성 위기를 겪는 은행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기업들이 ‘돈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돈맥경화’ 현상은 통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은행대출이 막힌 중소기업들이 올 들어 8월까지 직접 금융에서 조달한 비용은 2조2486억원인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6%나 감소한 것이다. 자금이 마르면서 중소기업의 창업도 갈수록 꺾이고 있다. 지난 8월 신설법인 수는 3713개로 전달의 5006곳에 비해 25.8%나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엄습하는 글로벌 경기 침체는 중소기업에 더욱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경기 침체기에는 대기업들의 납품단가 인하, 현금 미지급 등의 횡포로 중소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진다. 자금난에 빠진 중소기업이 향후 채산성마저 나빠지면 줄도산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중소기업원 이창민 주임연구원은 “지난 8∼9월 은행권의 중소기업에 대한 월별 신규 대출액이 연평균의 30% 수준으로 급감했다”면서 “정부는 중소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도록 하는 데 정책의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동원 기자 goodnew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