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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완화…대기업 은행 소유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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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증권 지주회사에 제조업 子회사 허용
“자금흐름 왜곡 우려”… 입법과정 논란 예고
금융과 산업자본 사이에 가로놓였던 장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가 13일 발표한 금산분리 완화 방안은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규제를 풀고 보험·증권지주회사에 제조업 자회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이 방안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형 금융회사를 탄생시키고, 산업자본을 금융 쪽으로 끌어들여 정부소유 은행의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전략이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금산분리 완화 조치가 재벌은행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다시 금융빅뱅 회오리가 몰아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재벌은행 탄생하나=이번 금산분리 완화 방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산업자본의 은행소유에 물꼬가 트였다는 점이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 한도는 10%로 높아진다. 또 까다로웠던 사모펀드(PEF)의 산업자본 인정 요건도 대폭 완화된다.

사모펀드의 산업자본 인정 요건이 완화됨으로써 재벌그룹 입장에서는 직접 은행소유 지분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사모펀드에 우회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은행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금융위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 과정에서 까다로운 사전승인과 사후감독을 거쳐야 하는 만큼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배를 제한하는 현행 틀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재벌은행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첫 단추라며 추가 금산분리 작업이 급류를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기금에 채워졌던 족쇄도 풀린다. 그동안 연기금은 임대형 또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등 공공사업 투자 탓에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사실상 은행을 인수할 수 없었다. 외국은행도 해외에서 지배하는 비금융회사의 자산이 2조원 이상이면 산업자본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같은 산업자본 판단 기준이 바뀐다. 국내 은행도 마찬가지다.

이 조치에는 향후 본격화될 국책은행과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민영화 때 지분 인수처를 크게 넓히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제거되는 금융·제조업 간 장벽=은행을 제외한 보험과 증권지주회사가 제조업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게 된 점도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금융업과 제조업 계열사가 얽히고설킨 재벌의 지배구조를 단순화, 지주회사도 대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업종이 다른 자회사 간의 임직원 겸직을 허용하고 자회사 출자한도 폐지를 포함한 금융지주회사 규제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물론 고객돈을 멋대로 쓰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보험 자회사가 제조업체를 직접 손자회사로 둘 수 없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거세지는 논란=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금융업과 제조업 간 방화벽이 제거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금융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금융과 제조업이 동반부실에 빠져 금융과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재벌이 은행의 경영권에 간여할 때 자금흐름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세계에서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데 정부가 규제완화를 들고 나와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에 대해 “금융위기에 처한 미국도 최근 은행소유 규제를 완화했다”며 “이번 정책은 오히려 금융위기를 방지하고 금융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제도적 장치”라고 말했다.

주춘렬 기자 clj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