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닷컴]# 어머니가 아들에게 고기를 건네는 장면. “떡에 싸 먹어봐. 이 집이 이거 떡에 싸 먹는거 해서 돈 엄청 벌었다더라. 외국에도 있대”
# 모 도너츠 매장에서 만난 등장인물들. “우리 예전에 이런데 참 자주 왔었잖아. 이 집 도너츠 좋아했었는데”라는 대사와 함께 테이블에 수북한 도너츠와 매장 커피잔이 노출된다.
# 배우가 쇼핑몰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화장품 매장에 들어가 이것 저것 화장품을 만지며 선물할 것을 고른다. 매장 직원이 “새로 나온 선크림인데 파우더 형식으로 두드리면 되는 것”이라며 시범을 보인다.
#모 르포 프로그램에서는 ‘A식당의 비밀’이라는 타이틀로 제철 나물을 넣어 비빈 밥에 우렁이무침을 넣고 비벼먹는 음식점이 소개 되었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시청자를 유혹하는 ‘상큼한 비빔밥과 진짜 된장의 만남! 그 환상적인 맛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 당장 A식당의 문을 두드려보자’라는 멘트로 광고 영상을 방불케 하는 장면 연출.
위의 사례들은 TV 방송에 나온 간접광고(PPL) 장면들이다. 극중 흐름과 상관없이 특정 식품을 권하거나 장면 장면 마다 똑같은 인형이 카메라에 잡힌다. 드라마 주 연배우들의 자동차들은 모두 한 브랜드의 제품인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들의 광고 촬영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카메라에 간접적으로 상품이 노출되기도 하며, 여행 관련 내용들로 이뤄진 인터뷰도 알고보면 모두 여행사를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내용에 가깝다.
많은 시청자들은 간접광고로 인해 시청권이 심각히 침해된다고 느끼고 있으며 어떤 이는 간접광고임을 의식하지도 못한 채 간접광고의 상업적 메시지에 의해 의식과 사고가 조작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일 KBS의 모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협찬주의 브랜드가 부착된 등산복과 모자, 배낭 등을 착용하고 산행하는 장면을 방송해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주의’ 제재 조치를 내렸다. 또한 2007년에는 SBS 모 드라마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및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방송위원회로부터 시청자 사과와 프로그램 중지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17일 오후 서울 동숭동에 위치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사무실에서는 ‘방송 프로그램 간접광고의 제도적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이 진행됐다.
이현정 경실련 미디어워치 모니터분과장은 “간접광고에 대한 논의는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볼 때 거의 발전된 상황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방송위원회에서 2005년 세부심의규정안을 만들어 내는 등 움직임은 있었지만 현상적으로 보이는 상황들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교 교수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PPL을 몰래하는 광고, 은밀한 광고 등으로 기만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간주하여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협찬고지에 대한 규제 완화와 수익금의 투명한 거래 및 집행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동안 간접광고와 관련해 불법적이고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방치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양성화하여 일정한 틀 안에서 관리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불법적 간접광고가 방송의 공공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양성화하여 간접광고를 제도적으로 관리하자는 주장이다.
박창식 김종학프로덕션 제작이사는 “오히려 간접적인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소품을 모자이크로 처리를 한다면 시청자에게는 또다른 불편함을 초래한다"며 "PPL을 무조건 제한한다면 TV 드라마에서 소주를 마시는 장면을 위해서는 ‘방송용 소주 브랜드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 식으로 각종 소품은 방송용으로 브랜드를 런칭해서 노출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상파방송심의팀 김형성 차장은 "우리 위원회에서는 시청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브랜드 노출이나 상품배치에 대해서는 전혀 규제하지 않는다"며 "그런 사항을 알면서도 오히려 방송용 소품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발언은 간접광고에 대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간접광고 관련 규정이 모호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은 수긍하지만, 과거 몇몇 연구에서 제시되었던 노출 화면의 크기와 시간 등에 따른 기계적 결정은 오히려 촬영 정황 등이 감안되지 않은 기계적 제재가 남발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공통적으로 전문가들은 국내 방송 제작 여건에 따라 간접광고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에 입을 모으며 엄격한 규제와 명확한 기준 제정과 방송사와 제작사간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거래가 불가피함을 피력했다. 또한 수익금의 투명한 거래 및 집행을 함으로써 현재의 음성적 관행에서 양성적 공정거래 형태로의 변화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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