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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정신' 필요한 현대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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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학연구원 등 24일 서울서 국제학술대회 개최
‘사회적 균형추’로서의 현대 지식인의 역할 강조 주목
◇남명 조식의 초상.
“손으로 물 뿌리고 빗자루질 하는 절도도 모르면서 입으로 천리를 말하여 헛된 이름이나 훔쳐서 속이려 합니다.”

조선 성리학의 한 축이었던 남명 조식(1501∼1572)이 퇴계 이황(1501∼1570)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 내용이다. 후학들이 실천은 하지 않고 말만 앞세우는 풍토를 퇴계와 같은 유가의 어른이 왜 꾸짖지 않느냐는 충고였다. 남명은 퇴계와 달리 생전 벼슬길에 나선 적이 없는 ‘처사(處士)’였다. ‘남명집 권2’에서의 “천자는 만승(1만대의 전차)으로서 그의 지위를 삼는 사람이지만 안자(공자의 제자 안회)는 도덕으로서 그의 지위를 삼는 사람”이라는 기록으로 미뤄볼 때 그는 선비의 일과 행적에 관한 평가가 결코 그 지위나 직분에 있지 않다고 여긴 듯하다. 하지만 남명은 은둔적 처사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현실정치의 모순을 발견한다면 이를 과단한 언어로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한 비판적 지식인이었다.

중종의 계비로 명종 즉위 직후 수렴청정한 문정왕후에 대해 “궁궐 속의 한낱 과부”라는 표현을 써가며 날선 상소를 올리기도 한 남명의 사상을 매개로 조선 선비들의 절개와 의리, 그리고 이의 현대적 의미와 계승방안을 모색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남명학연구원과 ‘한국선비문화연구원 설립 추진위원회’가 24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공동 주최하는 학술대회 ‘선비와 선비정신’이 바로 그것. 이장희 전 성균관대 교수가 ‘선비의 본의와 선비정신’이라는 주제로 기조발표하고 최봉영 항공대 교수(‘한국사와 선비의 전통’), 최석기 경상대 교수(‘조선의 선비와 그들의 공부’), 조영달 서울대 교수(‘현대의 지식인과 선비 정신의 재해석’) 등 8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여기에는 인민대 갈영진(葛榮晉) 교수의 ‘중국적 유생정신’을, 일본 고베대의 다카하시 마사아키(高橋昌明) 교수의 ‘일본의 무사도’ 등 한중일 전통 지식인 비교 고찰 논문도 포함됐다.

조영달 교수는 미리 제출한 논문에서 조선 선비와 요즘 지식인은 문명사적 개척자로서의 기능과 사회적 균형추로서의 지성이라는 공통된 사회적 기능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최석기 교수는 ▲진실한 심지로 각고의 공부를 하라 ▲용심(用心)을 줄이고 긴요한 곳에만 마음을 쓰라 ▲사우(師友)에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공부하라 ▲언제 어디서든지 공부하라 등 선비들의 10가지 학문자세를 소개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