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26일 경제전문가들의 반응은 불안한 국내 금융시장만큼이나 싸늘했다. 전형적인 ‘뒷북치기’란 목소리가 높았다. 경제 난국이 벌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정책을 펴야 했는데도 시간을 끌다 금리 인하와 은행채 매입 등의 정책 단행 시기를 놓쳤다는 것.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를 앞서가거나 그 기대를 충분히 감당할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데 정책이 못 따라갔다”며 “이번 금리 인하는 시기적으로 늦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금융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 부분으로 미국이 회복되지 않으면 우리는 내성이 있든 없든 상당 기간 신용경색을 겪게 될 것”이라며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그런 전제와 인식을 하고 정책의 속도와 강도를 조절해야 정책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기대수준에 못 미쳐서는 시장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은행채 문제 등과 관련, “신용경색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점이 있었음에도 시기를 놓친 느낌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하는 수치 면에서 볼 때 괜찮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 효과가 먹혀들지 모르겠다”며 “뒤늦은 면이 있는 만큼 후속조치로 유동성을 확실히 늘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달 세계 경제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금리를 올린 것은 선제적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면이 강하다”고 질타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단 정책을 취하는 시점에서 늦은 감이 있었고, 최근 신용경색이 심해져 효과를 제대로 거둘지는 미지수”라며 “다만 시장에 정부와 당국의 노력을 전달하는 효과는 있지만 시장이 이를 확실히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은행이 너무 신중했으며 이에 따라 ‘미지근한 대응으로 시장을 시험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면서 “정책은 과단성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금리 추가 인하와 유동성 공급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상황을 봐가면서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할 여지는 충분히 있으며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중앙은행의 위기의식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긴급회의를 열어 금리 인하를 했지만 앞으로 금통위를 수시로 열어 문제가 없는지, 추가조치가 필요한지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정빈 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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