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몽고자운. |
‘대왕 세종’에서 그려진 모습이 아니더라도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는 후손의 자랑거리 중 맨 앞줄에 위치한다. 하지만 외국 학계에는 훈민정음이 당시 다른 나라 문자를 모방했다는 주장이 대세인 상황이다. 훈민정음은 파스파 문자의 자형을 조금 변형해 만들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파스파 문자로 한자의 표준 발음을 표시한 운서(韻書)로 세계 유일본인 몽고자운(蒙古字韻)이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것도 이 주장에 영향을 미쳤다. 파스파 문자는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 칸의 명령으로 티베트 출신 학자가 1269년 개발한 몽골어용 문자다.
훈민정음의 독창성을 부정하는 외국인 학자로는 게리 레드야드 미국 콜롬비아대 명예교수가 대표적이다. 레드야드 교수는 1966년 이후 “훈민정음은 파스파 문자의 영향을 직접 받아 모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나스트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도 “한글은 파스파 문자를 모방했을 뿐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나스트 교수는 몽골인으로 파스파 문자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한글이 훌륭한 문화유산이라는 정서적인 공감대가 있지만, 이들의 주장에 대해 국내 학자들은 제대로 된 반박을 내놓은 게 거의 없었다. 이런 점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18일부터 이틀 동안 연구원에서 여는 ‘훈민정음과 파스파 문자 국제학술대회’는 의미가 깊다. 이번 행사에는 파스파 문자를 전공한 레드야드 교수와 주나스트 교수를 포함한 외국 학자 5명과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한 논문을 발표해 온 국내 학자 4명이 발표와 토론에 나선다.
미리 확보한 발표문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글들이 보인다. 먼저 정광 고려대 명예교수(국어학)가 “훈민정음은 파스파 문자와는 관계없는 독창적인 문자 체계”라고 주장한다. 훈민정음은 발음기관을 형상화해 만들었고, 초성은 천·지·인 3재(三才)를 형상한 것이어서 독창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 자체가 없었던 파스파 문자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그동안 외국 학자들과 비슷한 시각을 보였던 정 교수는 “훈민정음 제정에 파스파 문자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고 주장하는 외국의 대가들이 참석해 발표하는 마당에 나 자신부터 훈민정음 독창설을 내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한글날 기념일도 재정비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해례본 훈민정음이 완성된 세종 28년(1446) 9월 상한(양력 10월9일)을 한글날로 정하고 이를 기념하는 일은 옳지 않다”며 “훈민정음이 창제된 세종 25년(1443) 계해년 12월을 기념일로 정해야 한다”고 제안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임용기 연세대 교수(국어학)는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의 음운 이론 및 훈민정음’을 발표하고, 주나스트 교수는 ‘훈민정음 자모와 파스파 문자와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내놓는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