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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농림부장관 "반대해선 곤란" 발언이후 입장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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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농림부에 로비 정황 포착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2005년 세종증권 주식거래로 170억원대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박 회장 측이 주식거래를 했던 경남 김해시 S증권 지점.
연합뉴스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비리 사건 수사의 불똥이 옛 농림부(현 농림수산식품부)로 옮아붙었다. 2006년 초 세종증권이 농협중앙회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농림부가 농협 측의 로비를 받은 정황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사건의 본류인 노건평씨의 세종증권 매각 개입 의혹도 최대한 빨리 조사한다는 입장이어서 다음 주쯤이면 사건의 구체적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관계로 확대되는 검찰 수사=2005년 11월 박홍수 당시 농림부 장관(올해 6월 별세)은 언론 인터뷰에서 “농협의 증권사 인수를 무조건 반대해선 곤란하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 농림부 간부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 전까지는 ‘농협이 괜히 증권업에 진출해 손실만 입으면 농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불가론이 농림부 공식 입장이었다.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는 그때부터 일사천리였다. 농협은 다음달 세종증권 인수를 전격 발표했고, 이듬해 1월 농림부의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 금융업에 진출하려던 정대근(수감 중) 당시 농협중앙회장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농협이 세종증권 인수를 위해 농림부에 로비했다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박 전 장관과 정 전 회장은 사석에서 말을 놓을 만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정 전 회장이 회의석상에서 농림부 국장급 간부들에게 막말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그는 또 노씨와 친분이 두텁다.

검찰은 농림부 실무자들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비판적이자 정 전 회장 등 농협 간부들이 나서 금품으로 로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봉하대군’ 노씨의 힘을 빌렸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농림부에 힘을 쓸 수 있는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의원 일부도 로비 대상이 됐을 것이다.

다만 당시 최종 결정권자였던 박 장관이 지금 없다는 점이 검찰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혐의가 드러나더라도 형사처벌할 수 없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27일 “검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겠으나 일단 조사해보겠다”고 말했다.

◆“노건평씨 최대한 빨리 조사”=그간 노씨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던 검찰이 태도를 바꿔 ‘신속한 조사’ 방침을 내세웠다. 조만간 노씨가 소환될 가능성마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는 수사가 진행될수록 참여정부 지지자와 친노(親盧) 진영 인사들의 반격도 거세지기 때문이다. 노씨는 “바다낚시나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 뒤에도 계속 언론과 전화로 접촉하며 검찰을 강도높게 비난해왔다. 한때 자살소동설까지 나돌아 검찰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검찰이 의도적인 ‘언론 플레이’로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 정권 인사들의 혐의가 드러날 때마다 수사 상황을 조금씩 흘려 이 사건을 ‘노 전 대통령 측근비리’로 몰아가려 한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 같은 의혹에서 벗어나려면 노씨를 빨리 불러 조사하고 혐의 유무를 밝히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최 기획관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최대한 빨리 (조사를) 하려고 한다. 신속히 진상규명을 하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