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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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혐한·혐중·반일

중국 베이징올림픽을 돌이켜 생각하면 한국 선수단의 쾌거와 함께 중국의 혐한(嫌韓) 정서를 떠올리게 된다. 개막식에서 한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박수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한국팀이 다른 나라 팀과 경기하면 중국인들은 상대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실로 충격이었다. 쓰촨(四川) 대지진 때 우리나라의 일부 네티즌이 올린 악성 댓글 등이 혐한 정서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대로 멜라민 파동 등 중국산 불량 먹을거리와 동북공정 문제로 혐중 정서가 커지고 있다. 독도문제나 일본 교과서 왜곡 등으로 반일 정서도 여전하다. 한·중·일 3국 간 상대국 인식은 이처럼 혐한·혐중·반일 정서로 얽히고설켜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지난달 실시한 ‘한·중·일 역사인식 조사’ 결과 한일관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한국인과 일본인, 한중관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큰 폭으로 늘었다. 재단 측은 한국인이 중국인과 일본인에 비해 더 부정적 의식을 갖는 경향이 있고 감정적으로 문제에 대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근대사의 피해 경험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중·일 3국 모두 연령이 낮을수록 상대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인터넷에서 민족 감정을 자극하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떠돌면 젊은 네티즌들이 즉각 반발하고,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중대한 현안으로 불거지곤 한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국가브랜드 업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내걸고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 없는 혐한류·반한류 왜곡정보 뿌리 뽑기에 나설 정도다.

동북아는 21세기 세계 번영의 허브로 지목되는 지역이다. 한·중·일 3국 간 교류도 다방면에서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호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동북아 미래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운다. 3국이 올바른 선택을 하면 동북아 공존공영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설익은 민족주의를 앞세운 반감(反感)의 악순환에 빠져들면 발전의 한계로 작용할 것이다.

방치하다간 3국 모두가 피해자로 전락할 수 있다.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부터 인접국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박완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