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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취향에만 맞춘다? 실험성 강한 작품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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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4·뮤지컬1편 동시공연 '대학로에서 가장 바쁜 연출가' 위성신
◇연출가 위성신은 “40∼45세의 화두가 대중성이었다면 내년의 화두는 스타일”이라며 “대중성을 바탕으로 스타일이 간결한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남제현 기자
‘요즘 대학로에서 제일 바쁜 연출가.’ 위성신(44)을 이렇게 표현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사랑소묘’)와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그대를 사랑합니다’, ‘염쟁이 유씨’, ‘술집’ 등 올 겨울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연극·뮤지컬 5편이 ‘연출 위성신’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다. 한 연출가의 작품 5편이 동시에 공연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1996년 연극으로 시작한 ‘사랑소묘’는 꾸준한 사랑을 받다 2007년 뮤지컬로 변신했다. 2003년 초연한 ‘늙은 부부 이야기’는 매년 겨울이면 무대에 오르는 인기 레퍼토리. 2006년 첫 공연을 시작한 ‘염쟁이 유씨’는 연장을 거듭하며 760회까지 관객 12만명을 모았다. 지난 4월에 시작한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지금껏 5만여명을 끌어모으며 순항 중이다. ‘술집’은 “연극을 만들기 위해 연극인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얼마나 열정적인지 얘기하고 싶어서” 만든 작품이다. 지난해 초연한 터라 수정작업이 한창이다.

그의 작품에 관객은 환호하지만, 평단의 반응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웃기고 울리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관객의 취향에 지나치게 맞춘 것 아닌가.

“관객에 맞추기보다는 건강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대학로에는 진지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만드는 수많은 작가와 연출가가 있어요. 이런 가운데 약간은 촌스럽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는 메시지를 지닌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도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지 고민한다.

“요즘 관객은 너무 심각하거나 조용한 것은 힘들어 해요. 그래서 연출하기가 힘들죠. 예술가가 경계해야 할 것이 대중추수주의잖아요. 연극은 대중성이 있어야 하는 장르지만, 대중을 너무 좇아가다 보면 질적으로 떨어지거나 작품 자체가 왜곡되는 부분이 생기니까요.”

그는 극작과 연출을 겸하고 있다. ‘사랑소묘’, ‘늙은 부부 이야기’, ‘술집’은 그가 직접 대본을 썼다. 창작 욕구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작가들이 연출가가 원하는 작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작가가 쓴 대본을 연출만 하면 몸이 편하고, 자기가 쓴 작품을 연출하면 마음이 편하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사랑소묘’는 여관이란 공간을 배경으로 다섯 커플이 각기 다른 사랑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재공연될 때마다 에피소드를 더하거나 빼며 각기 다른 사랑의 일면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관심 영역이 달라지면서 작품도 변하죠. 96년에는 사랑은 외로운 것, 그래도 사랑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주제로 에피소드를 엮었어요. 98년의 주제는 남자와 여자가 생각하는 사랑은 다르다는 것이었고요. 2001년엔 사랑은 생성하고, 성장하며, 소멸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죠.”

그는 ‘사랑소묘’를 연극에서 뮤지컬로 바꾼 것은 “내용의 변화와 맞물려 새로운 그릇에 담아 보고 싶어서”였다. 그는 “남자와 여자가 있는 풍경은 가장 길고 오래 남을 주제”라며 “앞으로도 사랑을 담은 작품을 계속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신은 ‘실버 얘기 전문 연출가’로 불린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늙은 부부 이야기’, ‘염쟁이 유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 ‘언덕을 넘어서 가자’ 등 그의 작품 속 주인공은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이 많다. 그가 그려내는 노인들의 삶은 칙칙하지 않다.

“노년의 삶은 소외, 죽음, 질병, 경제적 어려움이란 단어와 통하죠. 그 현실을 다 보여준다면 너무 참혹하니까, 현실보다 밝게 보여주고 어느 정도 희화화하려 하죠. 현실을 너무 다 보여주면 노인분들이 싫어해요.”

그럼에도 자신이 노년과 사랑 전문 연출가로 받아들여지는 건 서운하다.

“서른 후반에 시기별로 화두를 정했는데 40∼45세의 화두는 대중성이었어요. 그 이전까지 ‘대중성이 떨어진다’, ‘그래 갖고 어떻게 먹고살려고 그러냐’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게 대중성이 부족하다면 한번 해보자’라고 마음먹었지요.”

그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대중과 소통하는 실험극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인간 위성신이 열심히 돈 벌어서 연출가 위성신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에 남들 안 하는 기획전도 꾸준히 열고 있어요. 가을에는 ‘이미지 연극전’도 열었어요. ‘상처와 풍경’은 오브제 연극이었고, ‘베스룸’은 여성 이야기를 그려낸 이미지 연극이에요.”

그는 50대 남녀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오랜 친구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 “일하는 주기는 짧아지고 은퇴 시기는 빨라지는 상황에서 중년의 고민과 명예퇴직, 자녀 문제 등을 다루고 싶다”는 설명이다.

“제 가장 큰 장점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은 끝없는 욕구예요. 앞으로 더 많은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이보연 기자 byabl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