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대통령 자문위 예산 '끼워넣기' 여전…"편법·탈법 운용"

경쟁력강화위 등 12곳 예산 관련 부처에 배정

권한·책임 불분명 부작용도
#1. 2007년 9월6일 열린 17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소위 회의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예산이 각 부처로 편성돼 있는데 완전히 은닉돼 있습니다. 고치는 것이 맞죠?”(한나라당 김기현 의원)

“예, 맞습니다.”(정동철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위원회 비서관)

#2. 지난 8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소위 회의실.

“대통령 직속으로 편성되는 위원회 예산을 총리실 쪽으로 편성한 건 대단히 편법적인 예산 운용이고 배정입니다.”(민주당 전병헌 의원)

“대통령 관련 업무를 부처와 같이 협의해 대통령에게 자문한다, 이렇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이용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각종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 예산을 다른 정부 부처 예산안에 끼워넣는 관행이 현 정부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돈은 대통령실이 쓰고 예산 편성은 정부 부처로 되어 있다 보니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예산이 많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6일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헌법상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 16개 중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등 12곳의 예산이 노동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등 중앙 행정부처 관련 예산으로 편성돼 있다. 12개 위원회에 내년도 148억여원을 배정한 예산안은 별다른 문제 제기나 수정 없이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자문위원회 예산이 대통령실로 편성된 곳은 국가안전보장회의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민경제자문회의,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4곳뿐이다. 그나마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지난 2월 사무처가 폐지되면서 대통령실로 관련 예산이 흡수됐다.

이 같은 편법 예산 편성은 예산 사용에 대한 권한과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다. 기획재정부 등은 “대통령에 대한 국정 건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업무와 가장 관련된 부처 예산으로 편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군색한 해명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천우정 행정예산분석팀장은 “예산 편성으로 편익을 취하는 곳과 비용을 부담하는 관서가 서로 다르다 보니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 소재를 따지기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대통령 자문위 예산을 행정자치부 예산안에 포함하다 보니 국회 행정자치위에서 국회의원들이 예산 집행내역 등을 질의하더라도 행자부 장관이 답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이재근 팀장은 “대통령 자문위 예산을 정부 부처로 끼워넣는 것은 편법, 탈법”이라면서 “국가인권위원회나 과거사 관련 위원회는 예산 절감 등을 들어 통·폐합, 축소하려고 하면서 대통령 자문위 예산에 관대한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처사”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